13일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고,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꽉 막혀 있던 인사청문회 정국도 일단락됐다.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이 김부겸 총리 임명을 즉시 재가한다면 총리 공백도 끝이 난다. 4·7 재·보궐선거의 참패 이후 당정청의 새 진용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 특히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옅은 김 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여권의 역학 관계 역시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여당과 대통령 간 간극 없다” 갈등 진화 나선 靑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박 후보자의 사퇴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직접 지명한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 상당한 애정이 있었다. 하지만 여론의 평가와 국회 청문절차를 모두 거쳐 최종 판단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회 논의를 존중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며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통해 들은 당내 여론과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의 간극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당정 간 이견은 없다며 적극 수습에 나선 것은 이번 인사 정국을 두고 여권 내부가 출렁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직접 “최고의 능력가”라고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는 공개적으로 “3명을 모두 지킬 수 없다”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12일에는 40여 명의 초선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1명은 낙마해야 한다”며 청와대를 압박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결국 청와대 참모진들도 문 대통령에게 “박 후보자를 읍참마속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고심 끝에 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여당의 요구대로 박 후보자가 낙마했지만 민주당 역시 “대통령의 결단”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장관 후보자 관련 (당내) 의견 수렴을 했고, 그것을 대통령께 전달드리고 (청와대와) 소통해왔다”며 “대통령께서 고심 끝에 결정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가 당정 간의 갈등 국면으로 번지는 것은 여당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 비주류 ‘투 톱’ 전면에
그러나 여권에서는 청와대가 정국의 중심에 서고, 민주당을 장악한 친문(친문) 진영이 청와대를 적극 뒷받침 했던 지난 4년 간의 양상은 앞으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가 낙마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 중진 의원은 “임기 말이 아니었다면 1명도 낙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막아야 하는 청와대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여당이 박 후보자 낙마와 김 총리 인준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친문 진영과 거리가 먼 김 총리와 송 대표가 중도 지지층 확장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청와대 정책실장이 여당 의원들을 향해 강의하는 듯 하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 청와대에 여당 의원들이 휘둘리면 안된다”고 했던 송 대표는 여당의 정책 주도권을 한층 더 강화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향후 여당과 청와대는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접점을 찾는 ‘파트너쉽’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현안인 부동산 정책 등에서 여당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 후보자가 물러나면서 해수부는 당분간 문성혁 장관이 계속 이끌게 됐다. 한 여당 의원은 “새로운 후보자를 찾느냐에 따라 다음달 개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도 추가 개각 대상으로 꼽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