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 속 北 대화 유인책…'싱가포르 계승' 명시 관건
백신 수급난 단기 해결 과제…글로벌 위탁 생산 기지 논의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상회담 공식 의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통해 양측 입장이 최종 반영된 형태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최종본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앞서 한미 당국이 확인한 것처럼 코로나19 백신 협력 강화가 정상회담 공식 의제로 다뤄질 것이 확실시된다. 나아가 한미 간 공통 관심사인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전략적 협력을 매개로 한국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증설 등 투자 및 글로벌 공급망 확보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 외교 영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라는 큰 틀 아래, 북미 싱가포르 합의 계승을 희망하는 문 대통령의 입장과 대(對) 중국 견제 전략 관점에서 한미일 삼각공조의 지속적 확대를 바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전통 안보 영역 의제로 경제·통상 협력 확대의 관점에서 백신과 반도체산업의 상호 협력 확대 방안이 포괄적 한미동맹 강화 차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미 고위급 채널에서 각각의 관심사인 백신과 반도체·배터리 기술과 관련해 대규모 투자와 발전 계획 등 세부 의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美 대북정책 속 北 대화 유인책…‘싱가포르 계승’ 명시 관건
나흘 뒤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절반의 목표는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대북정책에서의 우리 정부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데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임기 말의 문 대통령과 임기 초의 바이든 대통령 사이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북 접근법의 인식 차를 줄이는 게 당면 과제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미 대화 복원 방안 마련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굳게 다지는 한편, 대북정책을 더 긴밀히 조율해 남과 북,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를 복원하고 평화 협력의 발걸음을 다시 내딛기 위한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조속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선 트럼프 정부 북측의 합의물인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온 우리 정부의 입장이 대북정책에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자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미 당국은 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성명에 들어갈 문구 수위를 위해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할 회견 내용에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계승한다’는 수준의 명시적 표현을 담아내기 위해 막판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의 남북 관계 발전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함께 언급될 수 있도록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 협상 실무팀이 먼저 워싱턴 현지에 도착해 백악관 측과 공동언론발표문에 들어갈 문구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4년 성과인 판문점 선언, 평양 선언을 지키면서, 차기 정부가 안정적 상황에서 남북-북미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디딤돌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일 삼각공조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가 반대급부로 현재 임시 배치 중인 주한미군 사드(THAAD) 체계의 실전 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수용하되, 삼각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도 함께 반영하는 절충안으로 사드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의제 가운데 사드 문제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수급난 단기 해결 과제…글로벌 허브 구축 논의도
문 대통령은 17일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워싱턴 방문 성과에 대한 기대 목표 중 하나로 백신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지난주 이호승 정책실장이 백신 문제를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룰 것임을 시사한 데 이어 대통령 언급을 통해 구체적인 목표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신 접종을 차질 없이 시행하면서, 일상회복의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백신 협력 강화와 관련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기대감 정도로 해석된다. 당장의 국내 백신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한 단기 협력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장기 과제로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기지 구축을 통한 ‘백신 주권’ 확보에 대한 함께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백신 주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가 되기 위한 입지·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전폭적인 기업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미국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백신 생산에 대한 원천 기술과 백신 원자재 수출 제한이 지속될 경우 추후 백신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미국이 한국을 글로벌 백신 생산의 허브 기지로 구축할 경우 국내 백신 생산기술 축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모더나 백신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위탁 생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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