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경선연기론’에 대한 지도부의 입장 표명을 촉구한 데 이어 이른바 ‘1등 후보 양보론’에도 불씨가 붙는 모습이다.
지도부는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1등 후보’를 언급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반응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 지사와 이재명계 의원들은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전문가 또한 양보론에 대해 “여론으로부터 호응받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지사를 향한 ‘1등 양보론’은 지난 13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으로부터 비롯됐다.
현재 민주당 당헌은 후보 선출 시한을 ‘대선 180일 전’(9월9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김두관·박용진·이광재 의원 등 여권 내 잠룡들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처럼 ‘대선 120일 전’(11월9일)에 후보를 선출하자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당 지도부가 어떻게 볼진 모르겠지만 이 지사가 ‘당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범하게 나가면 지지율이 많이 올라갈 것 같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정몽준 후보와 할 때도 며칠 연기됐다. 이럴 때 대범하게 나가면 국민들이 다 본다. 대범한 자세를 보이면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성을 쌓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후 잠잠하던 ‘1등 후보 양보론’은 또 다른 여권 잠룡인 이광재, 박용진 의원과 지도부에서 재점화됐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당 지도부와 1등인 이 지사가 결단을 내릴 문제라고 본다”며 “한 번쯤은 지도부도 이 지사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예로 들면서 당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의 경선 연기 요청에 ‘조건 없는 양보’를 하면서 지지도 상승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이후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고위전략회의 후 경선연기론에 대해 “지도부는 당헌·당규대로 가는 것이 너무 당연해 다른 스탠스를 취한 적이 없다”면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것인데 마이너(군소) 후보들 이야기를 가지고 당이 움직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후보가 누군지도 다 모르는 상황이고, 1등 후보부터 대부분의 후보가 건의하면 당이 (당헌을) 바꾸는 작업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어떻게 하겠냐”고 덧붙였다.
이에 박용진 의원 측은 “당에서 마이너한 후보, 1등 후보를 정해놓고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것인가. 당이 입장을 정하지 않고, 후보들에게 떠넘기는 것부터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반발하면서 송영길 대표의 뜻을 물었다.
송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상 경선 룰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말씀만 드린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밝힌 셈이지만 일각에선 ‘정해져 있다’는 말에 주목하는 기류도 있다.
이처럼 경선연기론에 대해 대권 주자와 지도부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6월 대선기획단이 출범할 것으로 안다. 거기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 측은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원칙대로 하는 것이 제일 조용하고 합리적이지 않냐. 국민들의 삶이 버겁다. 민생이나 생활 개혁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했고, 이 지사 측 역시 ‘원칙’을 강조하며 “경선을 연기하는 순간 여당은 대선 포기”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이제 와서 양보론을 주장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지사를 1등 주자로 누가 만들었냐. 바로 국민”이라며 “현재 여론조사 등을 보면 경선연기론을 반대하는 입장이 60%가 넘는다. 이 지사의 경우 당내 비주류 인물이라 특히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양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미 경선 일정 당헌·당규를 정할 때부터 나섰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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