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훈련복도 불량… 땀 흡수 안돼 ‘사제 옷’ 입는 장병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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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급식 이어 불량의복 총체적 난맥

병사들에게 수년간 수십만 개의 불량 활동복과 베레모가 지급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납품 업체의 편법 행위뿐만 아니라 방위사업청의 안일한 사후 점검 등 생산·납품 과정이 총체적 난맥상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업체 탓’만 하는 방사청
18일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에 따르면 방사청이 연구기관에 의뢰해 피복류 6개 품목에 대한 표본추출 조사를 한 결과 불량 활동복 규모는 2년간 납품된 봄가을 활동복 19만 개(약 78억 원), 5년간 납품된 여름 활동복 30만 개(약 87억 원)에 달했다. 방수 기능이 떨어지는 베레모도 1년간 30만 개(약 17억 원)가 군에 납품됐다. 문제가 된 업체는 8곳에 달했다. 약 182억 원의 혈세를 들여 81만여 개의 불량품이 병사들에게 지급된 것.

여름 활동복 하의의 수분 흡수 속도가 납품 기준인 ‘2초 이하’를 초과해 19초에 달하는 원단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병사가 지급된 활동복 대신 ‘사제 옷’을 입고 운동을 하는 게 현실”이란 반응이 나왔다. 방사청 관계자에 따르면 표본추출을 하지 못한 업체 9곳의 여름 활동복을 비롯해 벨트 등 다른 피복류까지 조사할 경우 불량품 규모가 500억∼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방사청은 “규정과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활동복처럼 대량 생산 및 납품이 이뤄지는 품목은 품질관리 규정상 ‘단순품질보증형(Ⅰ형)’으로 분류돼 업체가 공인기관 인증서만 방사청에 제출하면 된다. 공인기관 평가 때만 제대로 된 원단을 쓰고 납품 시 부실한 원단을 써도 이를 잡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체와 계약 및 납품 과정 전반을 관리해야 할 방사청이 사실상 불량품 보급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장 점검 없이 기업들에 품질 보증을 맡기다 보니 편법 행위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 올해 병사들 불량품 착용할 듯
방사청은 문제의 업체 8곳 가운데 계약이 종료된 업체 1곳에는 검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계약 기간이 남은 불량품 납품업체 7곳에 대해서는 하자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또 ‘단순품질보증형’으로 분류된 품목의 불량 납품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진 업체 불시 점검밖엔 특별한 대안이 없다. 게다가 피복류를 업체 점검이 의무화된 ‘표준품질보증형’으로 지정하는 것도 인력 등 여건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병사들이 제대로 된 활동복과 베레모를 지급받게 되는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불량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방사청은 이달 초 5곳의 업체에서 제작한 여름 활동복에 대한 공급 중단을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대안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올해 병사 활동복과 베레모는 불량품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윤 의원은 “우리 군의 병사들에 대한 의식주 수준은 세계 하위권 수준”이라며 “부실 급식과 불량 피복은 장병 전투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부실 급식 폭로도 사실로
한편 국방부가 17일 반박한 부실 급식 폭로도 사실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격리 장병에게) 도시락을 배식하는 과정에서 일부 메뉴가 빠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의 이번 조치는 16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계룡대 예하 부대에서 부실한 조식이 제공됐다는 제보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방사청#부실급식#불량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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