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패배로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세제 개편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는 주저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 대출 규제 완화 등을 두고 불거진 당내 갈등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은 재산세의 경우 감면 대상을 공시가격 9억 원 주택까지 확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 재산세 감면 기준 9억 상향 가닥
20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재산세 감면 대상을 공시가격 기준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높이기로 방향을 정했다. 신설되는 6억~9억 원 사이 주택 보유자에 한해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인하해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24일 정책 의원총회 등을 거쳐 이 방안을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6억~9억 원인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59만2000채다. 다만 여당이 검토 중인 재산세 감면은 1주택자만 적용되기 때문에 최종 감면 혜택을 받는 가구의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 동아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기존 재산세율에서 0.05%포인트 인하를 가정해 추산한 결과 올해 공시가격이 8억400만 원인 서울 동작구의 ‘대방 이편한세상’ 아파트(전용면적 84㎡) 보유자의 재산세는 183만1137원에서 151만1642원으로 32만 원가량(17.5%) 줄어든다. 공시가격이 7억7000만 원인 인근의 또 다른 아파트(전용면적 110㎡) 보유자의 재산세는 142만1476원에서 117만6673원으로 24만 원가량(16.9%) 내려간다.
재산세 인하와 관련해 민주당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과도 논의했지만 정작 이날 관련 내용을 발표하지 못했다. 김진표 위원장은 특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것도 결정한 게 없다”며 “(재산세와 같은) 지방세 과세 기준일이 6월 1일이기 때문에 5월 말에 발표할 수 있는 것은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종부세 완화 등 놓고 여권 내 갈등 고조
이런 민주당의 태도는 종부세 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산세 문제만 먼저 발표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강병원 최고위원 등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종부세 완화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재산세 인하 대상 확대에도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여당 안에서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세금 감면보다 공급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강하다. 이날 송영길 대표와 3선 의원들 간 간담회에서도 “정책 우선순위가 무주택자·청년 등 실수요자 중심의 대책이어야 하는데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공급 확대 정책이 먼저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출규제 완화 역시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소유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사실상 최대 90%로 확대해주는 방안과, 신혼부부 보금자리론 소득 기준을 현행 8500만 원 수준에서 1억 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또 여당과 국토부는 등록임대사업자의 양도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은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 대표가 정책 의총에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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