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1일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고, 추진하는 좋은 것”이라며 “맨날 지지자나 꼬셔서 ‘어떻게 하면 지지율을 올릴까’ 이런 식의 모략 질이나 하는 행위가 정치라고 잘못 이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 토론회’에서 “모든 대선주자들에게 제가 해줄 말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먼저 “이 모임의 성격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공정과 상식을 말하는 모임이 있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공정에 관한 얘기를 해달라고 해서 그것만 준비해왔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출마 선언을 한 것도 아니고, 출마 후에 어떤 메시지를 던진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들과 같이 할 것인가 등에 대해 하나도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견해를 가질 형편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정치에 뜻이 있는 모든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것이 어느 지점인지를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권력자가 된 저항 세력”
진 전 교수는 “민주화 투쟁이라는 것은 과거에는 기릴 만한 것이 됐을지는 몰라도 이미 이 자체가 상징 자본이 됐고, 그들이 권력의 토대가 돼버렸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면서 “과거에는 저항 세력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권력자가 되었고, 새로운 기득권층이 돼서 자기들이 갖고 있는 특권을 자식들에게 세습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를 전적으로 보여줬던 것이 조국 사태”라며 “이걸 통해서 ‘얼마나 독선적인가, 얼마나 위선적인가, 얼마나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라는 게 지난 2년 사이의 정치적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2030세대가 굉장히 큰 주목을 받은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은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 성향을 갖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공식이 깨져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30세대는) 개인적 해법을 추구한다. 그 개인적 해법이 ‘경쟁’”이라며 “인국공 사태를 보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한다고 했는데 젊은이들이 반발했다. ‘나는 정규직이 되려고 공부를 하는데, 공부를 안 하고 바로 정규직이 돼?’라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마인드”라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경쟁의 공정성을 보장하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조국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게 그것이었다. 다른 건 얘기하지 않고 그냥 경쟁할 수 있게끔 게임의 규칙만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신도 만들고 열정 착취해 먹는 게 정치 돼버려…정치는 부도덕한 게 아냐”
또한 진 전 교수는 “공정은 시대의 화두가 됐다. 특히 이 정권이 들어와서 공정이라는 게 깨졌다는 것이 너무나 극명하기 때문”이라며 “윤 전 총장이 주목 받았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을 통해서 표출되는 건 법적·형식적 공정에 대한 욕구다. 이 정권이 그것마저 깨버렸기 때문이다. 법적·형식적 공정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똑같아야 한다는 것인데,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칼을 이쪽저쪽 공정하게 댔기 때문에 공정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정치는 부도덕한 게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인간다워지려면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갖고 비판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은 그런 믿음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맨날 앉아가지고 진영 논리로 해서 사람들을 광신도로 만들고 그들의 열정을 착취해 먹고 사는 게 정치가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진 전 교수는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정치란 도덕적 감성, 자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능력, 진정한 책임감, 취향과 기지,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 절제의 감각, 겸손을 더 많이 강조하려는 인간적인 노력이 행해지는 장소다. 우리가 이걸 믿어야 한다. 이걸 믿지 않을 때 비로소 정치가 부도덕한 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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