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사당 떠나는 文 붙잡은 펠로시 하원 의장
하이힐 신고 뛰어와서 한국계 2세 보좌관 소개
"보좌관이 인사 못해 속상해하는 바람에 뛰어"
한국계 보좌관 언거푸 文대통령에게 감사 인사
한국계 하원 의원 제안으로 깜짝 '진짜 악수'도
코로나 뒤 악수 안한다는 펠로시도 '손 악수'해
미국 현지시각 2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방문 일정을 마치고 떠나려는 찰나 멀리서부터 누군가 뛰어왔다. 주인공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만 81세의 펠로시 의장은 굽이 높은 스틸레토 하이힐을 신고 출구까지 나간 문 대통령을 향해 헐레벌떡 뛰었다. 문 대통령은 다급히 뛰어오는 펠로시 의장을 알아보고 일행과 함께 멈춰서서 기다렸다.
누군가와 함께 뛰어온 펠로시 의장은 거친 숨을 돌리며, 문 대통령에게 한 사람을 소개해줬다. 그는 의장실에 근무하는 한국계 2세 보좌관이었다. 이 보좌관은 한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펠로시 의장은 “이 보좌관이 대통령님께 너무 인사를 드리고 싶어 했는데, 인사를 못 드려서 안타깝고 속상해하는 바람에 같이 달려 나왔다”고 전했고, 문 대통령은 흔쾌히 보좌관과 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개를 받은 보좌관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행복한 표정으로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연거푸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 배웅은 한미가 협의한 의전 시나리오에 없던 돌발상황이었지만, 아주 훈훈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미 국회의사당에서 펠로시 하원 의장 등을 만나 한미동맹 발전, 한반도 평화, 호혜적 협력 등을 위한 미 의회의 지원을 당부하고,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해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간담회에서는 앤디 킴(민주당), 메를린 스트릭랜드(민주당), 영 킴(공화당), 미셸 박 스틸(공화당) 등 한국계 하원 의원들도 모두 참석해 더욱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지난 1월 붉은 한복 저고리와 푸른색 한복 치마를 입고 미 의회 취임식에 참석해 화제가 된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의원은 감정이 격해져 울먹이는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간담회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의원이 되어 한복을 입고 의원 선서하게 돼 매우 감격적이었다”면서 지난 취임식 당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잘되면 미국도 잘된다”며 “한국의 역사를 보면 오뚜기처럼 복원력이 강한 나라다. 양국 간에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간담회 종료 후 인사를 하는 시간에도 문 대통령에게 시나리오에 없는 ‘진짜 악수’를 요청했다고 한다. 원래 양측이 합의한 악수 방식은 팔꿈치 또는 주먹인사였는데, 스트릭랜드 의원이 즉석에서 제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전에 합의된 대로 주먹을 냈다가 스트릭랜드 의원이 “대통령님만 괜찮으시면 저는 주먹 대신 진짜 악수를 너무너무 하고 싶습니다. 괜찮으실까요?”라고 묻자, 웃으면서 악수로 화답했다.
그 이후로는 간담회 참석자들 전원이 팔꿈치나 주먹이 아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고, 심지어는 코로나 이후 악수를 안 한다는 낸시 펠로시 의장도 손으로 직접 악수를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의 종료 후 인사 시간도 원래는 없었다”며 “펠로시 의장이 회의 중간에 ‘회의 시작 전 참석자들이 인사를 못 드렸는데, 대통령님께서 괜찮으시면 꼭 개별적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물어와서 (대통령이) 승락을 해주셨다”며 “회의 시간이 30분 이상 연장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 국회의사당 일정을 마지막으로 방미 둘째 날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다. 문 대통령은 방미 셋째 날인 21일(현지시간) 오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면담하고 오후에는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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