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공식실무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1일 오전 한미 주요 기업인들을 만나 “어려운 때 함께 하는 우정이 더욱 빛나듯 (양국 간 경제협력으로) 빛나는 미래가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 상무부가 주관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한미 양국은 70여년간 이어온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두 나라 교역은 흔들리지 않았다. 올해 10%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며 “한국은 작년 기준 해외 투자액 중 27%를 미국에 투자했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해외 투자 중 25%가 미국 기업의 투자”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 위기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며 “보다 더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하고,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 갖춘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산업”이라며 “미국 기업들은 반도체 설계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미래차 등 최첨단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과 저탄소경제의 핵심기술인 배터리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미 양국이 이렇게 힘 모은다면 미국 기업들은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 확보하고 한국기업들은 더 넓은 세계 시장 개척함으로써 함께 성장할 것”이라며 “한국기업들은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과 함께 전세계 보급 속도를 높여갈 최적의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정부도 기업들의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가기로 했다. 오늘의 만남은 양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 활력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양국 경제가 함께 더 큰 도약을 이루고 상생의 내일을 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미 간 경제동맹을 강화하고 기업인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특히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산업의 공급망 연계를 통해 복원력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양국 간 교역·투자를 확대하는 등 호혜적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행사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이번 방미에 비공식으로 동행한 최태원 SK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참석했다.
미측에서는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과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키퍼 GM 인터내셔널 대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CEO, 에드워드 브린 듀퐁 CEO, 르네 제임스 암페어컴퓨팅 CEO가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행사 개최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행사는 양국간 경제·통상·투자 분야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감안, 이례적으로 대면으로 개최됐다.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한 대면 행사다.
문 장관은 “행사에 앞서 (레이몬도) 상무장관과 면담했다”며 “양국이 그간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핵심적인 파트너를 유지해왔으며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 산업 현안에 대해 미리 협력해가자는 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한국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는 (양국) 기업 상호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지속적인 협력 성과를 창출해갈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특히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공동 R&D, 인력 양성과 교류, 표준 협력 등 보다 실질적인 협력 파트너십을 확대, 발전시켜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양국이 각각 뛰어난 제조역량과 혁신역량을 보유한 만큼,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할 경우 시너지 클 걸로 생각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양국 기업인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한단계 높은 한미 경제협력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레이몬도 장관은 “한국은 미국 직접투자에 있어 지난 10년 동안 제2투자 유치국”이라며 “양국은 협력을 강화하면서 더 혜택을 거둘 것이고 특별히 우리 미래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분야에 있어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 리더 모시고 회의 개최하게 되어서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기업들이 선두에서 전세계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고, 수백억 달러 투자하면서 좋은 일자리 만들고 있다. 생산적 토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레이몬도 장관은 특히 “미국의 제조업체들도 한국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일하면서 백신을 한국에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미래 경제에서 중요한 분야라면) 의료·보건 기업을 통해서 백신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양국 기업들은 Δ최첨단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산업에 대한 상호 투자를 통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Δ배터리 공급 확대, 전기차 생산 및 미래차 인프라 구축 확대 등을 통한 탄소중립과 차세대 기후기술 공동개발 등 그린산업 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Δ미국의 백신 원천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활용해 한국을 글로벌 백신 허브화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우리 측은 대미 투자 확대를 위한 미국 정부의 지원과 양국 기업 간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며, 세액공제와 인프라 구축 등 적극적 투자 인센티브 제공,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 신규 수요처 발굴, 국산 의약품의 미국 심사 신속승인 등을 위한 정보공유 활성화 등을 요청했다.
미측은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한미관계 발전과 양국 공급망의 안전성·회복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높이 평가하고, 우수한 제조업을 보유한 한국의 투자가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우리 기업들은 대대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공장 구축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낸드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기업은 약 140억달러(약 15조78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으며,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충전 인프라 확충 등에 74억달러(약 8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에 대응해 대표적인 미국 화학기업 듀폰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미국 기업들도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산업부와 상무부는 이번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논의한 협력 방안들을 향후 지속적으로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으며, 특히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 협력을 위해 인센티브 지원, 공동 R&D 및 표준 협력, 인력양성 및 교류 등 가능한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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