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날 오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미 양국은 70여 년간 이어온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특히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중요해진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상호 보완 가능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산업”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첨단 반도체와 저탄소 경제의 핵심인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양국이 상호 보완성을 기반으로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다면 급속히 확대되는 시장을 기반으로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들과 함께 전 세계 백신 보급 속도를 높이는 최적의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 산업의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대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
이에 대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협력을 강화해 더 많은 혜택을 거둘 것”이라며 “미국 제조업체들도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일하면서 백신을 한국에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함께 참석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에선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총 44조 원이 넘는 미국 투자 계획을 구체화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 정상회담에 맞춰 미국을 방문한 기업인들도 참석했다. 미국 측에선 러몬도 상무장관,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키퍼 GM인터내셔널 대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CEO 등이 참석했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산 제품 구매)’ 기조에 맞춰 미국 시장 내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경제·안보 동맹 관계를 공고하게 할 촉매제 역할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최첨단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투자 방침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1997년부터 운영 중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라인을 추가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R&D센터를 10억 달러(약 1조 원)를 들여 설립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74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할 예정이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계획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미국 1, 2위 완성차 회사와 손잡고 미국 내 투자에 나섰다. 두 기업 등 배터리 기업의 총 투자액은 14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1위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스는 약 2조7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두 번째 공장을 짓는다. 이와 별도로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투입해 독자적인 생산시설 확보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2위 자동차 기업이자 픽업트럭 강자인 포드와 손잡고 2025년까지 53억 달러(약 6조 원)가량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미 측의 대표적 화학기업인 듀폰은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미 기업들도 소부장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듀폰의 본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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