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군사 주권 회복 측면서 추진
바이든 정부, 중국 견제에 한국 가담 의도
韓 미사일 사거리 들어갈 중국 반발할 듯
中 보조 맞추는 북한, 덩달아 도발 가능성
한·미 정상이 21일(현지시간) 발표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과 북한이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어 후폭풍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는 문재인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항이었다. 미사일 지침은 군사 주권을 저해하므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의지라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미사일 지침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가 폐기를 제의했다”며 “40여년 유지돼 온 미사일 지침이 효능이 다하고, 적실성을 상실했다는 점을 미 측에 얘기했고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역대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거듭될 때마다 미국 정부에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요구했다. 그 때마다 미측은 한국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해 미사일에 장착하려 한다거나 한국이 미사일 기술을 적성국에 수출할 우려가 있다면서 반대했다. 그 결과 한국은 국제사회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와 별도로 한미 미사일 지침에도 묶이게 됐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문 대통령은 군사주권 회복 차원에서 미사일 지침 종료를 추진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 뻔한데 비밀리에 핵을 개발할 리 없다. 우리나라 자체가 제3국에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키지 않고 국제규범을 지키는 나라”라며 “한미 미사일 지침은 세월이 흘러서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도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는 이익이다.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이 여기에 동참하기를 원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는 한국을 중국 견제에 가담시키는 효과가 있다. 당장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개발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한국이 중국까지 도달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조약을 폐기하고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 동맹국에 미사일을 배치하려했는데 모든 나라가 반대한다”며 “그러자 미국은 한미 미사일 지침을 폐기함으로써 800㎞ 이상 날아가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게 해 한국을 ‘미사일망’에 포함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한국을 위해 일종의 우회로를 마련해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군사주권 회복 요구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빌려 한국을 대(對)중국 견제 대열에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우리에게 매우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망설이니 이를 영리하게 이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도 중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결과적으로 미측에 이익이 되니 이런 식으로 풀어준 것”이라며 “과거에는 미사일 지침 개정에 반대했던 미국이 지금은 자기네들에게 이익이 되니 지침을 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우리 정부가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실제로 추진할 경우 중국 정부는 자국 이익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발사 시험을 할 때 중국과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간 우리 정부가 개발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짧아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시험 발사가 용이했지만, 중장거리 미사일 수준이 되면 어떤 궤적이든 중국 등 주변국과 마찰이 생길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이에 따른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리 정부가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게 되면 일본 등이 덩달아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고, 동북아 역내 군비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탄도미사일은 고속 장거리 비행하는 무기체계로 타 유도무기에 비해 탄착 시 정확도 보장이 제한되는 요소가 상당하며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며 개발에 상당한 비용이 투자된다고 설명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가 북한에 도발 명분을 줄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으며 이를 핑계로 각종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은 중국과 보조를 맞추려할 것”이라며 “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명분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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