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대북정책 방향성 확인’ 성과…가시적 백신 확보 ‘글쎄’

  • 뉴스1
  • 입력 2021년 5월 22일 12시 40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가진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 방향성에 대해선 뜻을 함께하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접근 방식에 대해선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과 관련한 우리 대기업의 미국 대규모 투자 발표를 비롯한 양국간 ‘경제동맹’ 강화도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코로나19 백신 협력은 ‘백신 스와프’ 등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 및 소인수, 확대회담 등 총 171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향후 북한과의 소통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함께 이뤄야할 가장 시급한 공동과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며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과거 합의를 토대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다”며 “앞으로 한미 양국은 긴밀히 소통하며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성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사실을 공개했다. 김 대행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핵 6자회담 특사를 지낸 북한통으로 그의 임명은 북한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

이에 문 대통령도 “성김의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환영한다”면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한 외교를 할 것이고 이미 대화 준비가 됐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검토함에 있어서 한미 간에 아주 긴밀한 협의와 조율이 이루어졌다”며 “비핵화의 시간표에 대해서 양국 간에 생각의 차이가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도 문 대통령 말씀에 동의한다.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호응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진척이 있기 전에는 북미 정상간의 직접적인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제조건 없이는 만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이 있었는데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제가 절대 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이 말에 따라서 무엇을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를 확답하는 것”이라고 신중함을 고수했다.

이어 “만약 어떤 커미트먼트를 약속했을 때 다 지켰다면 대부분은 지켰지만 지금 이 약속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핵무기다. 지금 하고 있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단계를 낮추면서 점점 줄여나가는 것을 보이기 전에는 섣불리 앞으로 나갈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대기업들이 대규모 미국 내 투자가 발표되면서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 기반이 확대된 것도 성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공장 구축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SK, 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에서 모두 44조원에 이르는 대대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산업의 공급망 연계를 통해 복원력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양국 간 교역·투자를 확대하는 등 호혜적 경제협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센티브와 용수, 원자재 등 기반 인프라 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분야 500억 달러 대규모 지원 계획을 갖고 있으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논의가 발전돼 두 나라 사이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는 물론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포함해 전 업종에 걸쳐 교류와 협력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투자를 언급, “약 25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삼성, SK, 현대 등에서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자리에 계시면 잠시 일어나 달라”며 박수를 유도한 뒤 “그분들에게 이렇게 투자를 결정해 주신 것에 대해서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원활한 공급을 위한 양자 차원의 협력과 조율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한미 간 백신 협력을 위한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기로 합의했다”며 “미국이 가진 백신 개발 능력과 한국이 가진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결합해 백신 생산을 촉진하고 전 세계에 백신 공급을 빠르게 하겠단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선 정상회담을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 간 국내 위탁생산 계약, SK바이오바이언스와 노바백스 위탁생산 추가 연장 계약 등이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가 미국 백신기업들의 안정적인 생산처로 자리잡아 국내 백신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백신 협력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 합의를 설명하면서 “그 과정에서 한국도 백신의 안정적인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백신 스와프’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 앞서 미국은 최근 자국 내 남은 백신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백신 스와프’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상황이었다.

또 문 대통령 방미에 맞춰 한국 기업이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 등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백신 스와프’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당장 한국으로 도입될 수 있는 분량은 극히 제한적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동맹 차원서 미국에서 직접 한국에 백신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면서도 “그건 장차 미국에서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답변을 이어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주한미군에 협력하고 있는 한국 국군장병 55만명에 대한 백신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 외 백신 제공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수십억 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서울=뉴스1)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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