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판문점·싱가포르 기초한 대화 ‘손짓’…北 호응 주목

  • 뉴시스
  • 입력 2021년 5월 22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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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에 CVID 빠지고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명시
바이든, 北 만남 전제로 '비핵화' 약속…"과거처럼 안해"
성 김 대북특별대표 임명…靑 "北과 대화 유인 기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에 기초해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을 지지한다는 뜻을 표하면서 향후 남북 협력사업의 숨통이 트이고, 북미 협상 여건을 조성하는 동력이 될 지 주목된다.

하지만 북한이 요구해왔던 제재 완화나 유예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 없는 데다 북한 역시 자력갱생과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한미의 유화적 손짓에 응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은 21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서 한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2018년 남북, 북미 정상의 합의를 토대로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폐기를 첫 과제로 꼽으면서 싱가포르의 선언의 계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싱가포르 선언의 토대 위에서 북미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요구했고, 여기에 판문점 선언까지 명시하면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존 남북미 간 합의를 토대로 한다고 하면서 협상 연속성은 물론 남북 대화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 확보했다”며 “코로나 방역, 기후변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남북 대화 추진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에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안정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6.25 전사자 유해 송환 등이 담겨 있다. 바이든 정부는 구체적인 비핵화 해법보다는 북미 협상의 원칙이 제시돼 있는 데다 기존 선언에서 확인된 내용이 담겼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관계 개선, 전쟁위험 해소, 비핵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명시된 철도·도로 연결 사업의 재개는 물론 이번에 한미가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 등 남북 협력 사업을 통해 북미 대화의 재계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에 놓고 해결하겠다는 뜻을 확인한 점도 긍정적이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굉장히 빠르게 재검토 마무리했다”며 “그 만큼 대북정책을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나도 문 대통령에 말에 동의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완벽한 한반도 비핵화”라고 화답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북핵통’인 성 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에 임명했다고 발표한 것은 미국의 적극적인 북핵 해결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로운 대북 정책 설명을 계기로 북한을 실무 협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지에 촉각이 모아진다.

한국계인 김 대표는 미 국무부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이자 북핵통으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6자 회담 특사를 지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필리핀 대사로 재직하면서 회담 전날까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사전 실무협상을 통해 합의문을 조율했다. 2011년에는 주한 미국 대사도 역임했다.

문 대통령은 성 김 대표 임명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것에 환영한다”며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한 외교를 할 것이며 이미 대화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북한에 대한 정책 리뷰를 완료했기 때문에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면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모든 것들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유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라는 표현 대신 완전한 비핵화(CD)를 명시한 것도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과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긴 했지만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한미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 문제에 대해선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하고,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또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북한이 그간 요구해 왔던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이른바 재재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미 간의 대화와 외교 요구에 응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과거에 행해졌던 일을 하지 않겠다”면서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국무장관과 다른 사람들이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이미 협상한 어느 정도의 윤곽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실무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검토 결과는 북한 조치에 따라서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과거처럼 한 번에 북핵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포괄적 딜을 추진하기보다는 실무적으로 착실히 준비하고, 나중엔 정상회담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 DC·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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