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만해협 안정 중요”…中전문가 “한중 관계에 영향 미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3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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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럭(Good luck·행운을 빕니다).”

21일(현지 시간) 오후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 미국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향해 옅은 미소를 띠며 이같이 말했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에 난감한 처지를 잘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文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대단히 중요”
문 대통령은 미국 기자의 질문에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 다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며 “양안(중국·대만)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 (한미) 양국이 함께 협력해가기로 했다”고 했다. 중국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며 대만해협 문제를 다른 나라가 거론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문 대통령이 대만 이야기를 한 것 자체가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던 문재인 정부가 미국으로 다시 무게추가 기우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이 시급한 문 대통령이 대북정책에서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역할 확대를 한국에 요청해온 바이든 행정부에 호응하기 시작했다는 것.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대만 문제를 포함시켰다. 미국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불법적 국제법 위반이라며 거부하고 이를 무력하기 위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는 것을 지지하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적시됐다. 중국이 핵심이익이나 내정간섭 사안이라고 보는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문제가 동시에 성명에 포함된 것. 특히 중국을 겨냥해 “한미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참여에 미온적이던 중국 견제 성격의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협의체)’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쿼드와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것.

한미 정상이 별도로 발표한 한미 파트너십 자료에는 “AI(인공지능), 6G(6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데이터, 양자 기술 등 핵심 신흥 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을 독려한다”며 “5G와 6G 연구 등에 미국이 25억 달러, 한국이 1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이 강점을 보이는 5G에 맞서기 맞서기 위한 6G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중 경쟁 분야에서 한미 협력을 강화하기로한 것. “우리는 해외 투자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힌 부분도 반도체·전기 자동차 배터리·인공지능(AI)·5G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탈취와 핵심 기술의 중국 이전 봉쇄를 시사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 위해 미국의 중국 견제 동참 평가
다만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홍콩과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의 인권 상황 우려는 빠졌다. 대신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내외에서 인권과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일 성명과 달리 중국이라는 표현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것도 중국의 반발을 고려한 문재인 정부가 난색을 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학자는 동아일보에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우려되는 일”이라며 “중국의 핵심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워싱턴=공동취재단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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