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 171분 회담, 文 고려한 ‘크랩 케이크’ 오찬…3박5일 스케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3일 17시 52분


“다양한 문제를 두고 오래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참모로부터 ‘너무 오래 대화중이다’는 메모를 받기도 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단독 및 소인수 회담이 끝난 뒤 이 같이 말했다. 첫 만남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상은 예정 시간을 1시간 가량 넘기며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친구(Bro)“라고 부르기도 했다.

● 바이든 “文과 동일 가치 공유…동질감 느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171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과 비교하면 단독 회담만 17분이 늘어났고 전체 회담 시간도 21분 길어진 것이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2시 5분부터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회담을 37분 가진 데 이어 소인수 회담 57분, 확대회담 77분 등 총 171분 동안 다양한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당초 예정 시간보다 1시간 길어지면서 양국 정상이 참여하는 공동 기자회견도 1시간 늦어졌다. 정상회담 직전 열린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명예훈장 수여식을 포함하면 문 대통령은 5시간 40분 가량 백아고간에 머물렀다.

단독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 야외 테라스에 마련된 작은 원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정만호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단독 회담에서 미국 측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해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메인으로 하는 메뉴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미일 정상회담 당시엔 두 정상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긴 직사각형 테이블에서 거리를 두고 햄버거를 놓은 채 단독회담을 진행했다.

단독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첫 외국 방문으로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담을 갖게 된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개인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친밀감을 드러냈다. 변호사, 진보 계열의 민주당 소속, 가톨릭 신자 등이 두 정상의 공통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모진이 계속 ‘시간이 지났다’고 전했지만 난 회담이 무척 즐거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한국에 대한 친밀감도 강조했다. 공동 기자회견에선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과 케이팝을 거론하며 “양국에는 이제 아주 깊은 연대를 가지고 있고, 이것은 앞으로도 더욱 더 우리의 연대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확대회담에서도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 외교 정책을 공부하는 손녀를 데리고 한국을 방문해 판문점에서 한국 국민의 용기와 인내심, 끈기 등을 배우라고 했다”고 정 수석은 전했다.

● 바이든은 5G 잘못 읽고 文은 ‘여기자 왜 손 안드나’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는 이날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통신기술 협력을 설명하며 ‘5G’를 ‘G5’로 읽었다가 “G5는 다른 조직이다. 실수”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명예훈장 수여식에서는 문 대통령의 호칭을 ‘총리(Prime Minister)‘라고 잘못 표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네 번째 질문을 한국 기자들에게 받으며 “여성 기자들은 손들지 않습니까. 우리 한국은 여성 기자들이 없나요”라고 물었고 회견장에는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한국과 미국 기자가 번갈아 두 번씩 총 네 번의 질문 기회가 있는 만큼 한국 남자 기자에 이어 여자 기자에게 질문 기회를 주려는 취지였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회견에 참석했던 외신 기자들은 낯선 장면이라는 듯 그 장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워싱턴=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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