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文 3박5일 스케치]
바이든 집무실 테라스 단독회담땐… 美, 文 식성 고려해 ‘크랩 케이크’
文 “마스크 쓰지 않고 첫 회담 기뻐”… 바이든 “개인적으로 동질감 느껴”
공동 기자회견 1시간 지연되기도… 美日회담 마스크-햄버거와 대조적
“다양한 문제를 두고 오래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참모로부터 ‘너무 오래 대화 중이다’는 메모를 받기도 했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단독 및 소인수회담이 끝난 뒤 이같이 말했다.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느라 회담 시간이 순차적으로 늘어났고 공동 기자회견은 1시간 지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갈 때 문 대통령을 향해 “갑시다. 친구(Come on bro. let‘s go)”라고 했다. ‘브로(bro)’는 ‘brother(형제)’의 줄임말로 가까운 사이에서 부르는 호칭이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2시 5분부터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회담을 37분 한 데 이어 소인수회담 57분, 확대회담 77분 등 총 171분 동안 다양한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과 비교하면 단독회담만 17분이 늘어난 것.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 야외 테라스에 마련된 작은 원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마주 앉았다. 오찬 메뉴는 메릴랜드주의 특산물인 크랩(게)을 활용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로, 청와대는 “미국 측이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미일 정상회담 당시엔 두 정상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긴 직사각형 테이블에서 2m가량 거리를 두고 햄버거를 놓은 채 단독회담을 진행했다.
단독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첫 외국 방문으로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담을 갖게 된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개인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친밀감을 드러냈다. 두 정상은 변호사, 진보 계열의 민주당 소속, 가톨릭 신자 등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한국에 대한 친밀감도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선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과 케이팝을 거론하며 “이것은 앞으로도 더욱더 우리의 연대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확대회담에서도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 외교정책을 공부하는 손녀를 데리고 한국을 방문해 판문점에서 한국 국민의 용기와 인내심, 끈기 등을 배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는 이날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통신기술 협력을 설명하며 ‘5G’를 ‘G5’로 읽었다가 “G5는 다른 조직이다. 실수”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명예훈장 수여식에서는 문 대통령의 호칭을 ‘총리(Prime Minister)’라고 잘못 표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네 번째 질문을 한국 기자들에게 받으며 “여성 기자들은 손들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회견장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한국 남자 기자가 먼저 질문을 한 만큼 여성 기자에게 질문 기회를 주려는 취지로 보이지만 외신 기자들은 낯선 장면이라는 듯 그 장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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