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미정상 성명에 “대만 문제, 불장난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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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이후]
中외교부 “내정 간섭 용납할수 없어…관련국이 타국 겨냥하는 쿼드 반대”
주한中대사도 “中겨냥 모르지 않아”
한국 “中 배려 차원, 직접 명시안해”

中 대사 “한미 성명 아프게 봤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24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00년과 중국의 발전’ 세미나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싱 대사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중국’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다”며 반발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中 대사 “한미 성명 아프게 봤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24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00년과 중국의 발전’ 세미나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싱 대사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중국’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다”며 반발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과 남중국해 관련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24일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이라며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중국 측은 우리 정부가 21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 전후 외교 경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설명했을 때도 이 같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중국 견제에 호응해 한미동맹이 밀착한 정상회담 직후 한중 간 불협화음이 나온 것.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공동성명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며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하고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미에 경고했다. 한미 공동성명에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협의체) 관련 내용이 들어간 데 대해서도 “중국은 관련 국가가 타국을 겨냥하는 쿼드, 인도태평양 전략 등 배타적 소집단을 만드는 것을 시종 반대한다. 이런 행동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출구도 없다”고 발끈했다.

앞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이날 서울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00년과 중국의 발전’ 세미나에서 본보 등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중국’이라는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달리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이라는 단어를 명시하지 않는 등 중국을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대만해협 문제가 최초로 한미 성명에 포함됐지만 양안(중국-대만)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역내 안정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에서 표현한 것”이라며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中 “국익 해치는데 가만 못있어” 대만-쿼드-남중국해 일일이 거론

가까워진 韓美에 노골적 불쾌감
“지역평화에 역행해서는 안돼” 미사일 사거리 해제 대응도 시사

靑 “中과 긴밀히 소통” 해명했지만 ‘차이나 리스크’ 본격 시험대 올라

대만과 남중국해,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협의체), 인도태평양 등 중국 견제 내용이 담긴 한미 공동성명에 대해 중국 정부가 24일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지 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국과 미국에 경고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두고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게추가 미국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회담 직후 한중 간 불협화음이 노출된 것.

우리 정부는 “성명에 포함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정의용 외교부 장관)이고 일반적인 표현으로 절제해 중국을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이 발끈하면서 ‘차이나 리스크’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한국 외교의 시험대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 中 “한미관계 발전, 중국 이익 해치면 안 돼”
자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가 대만, 남중국해, 쿼드, 인도태평양, 국제질서 위협 반대 등을 성명에 포함시켰다고 일일이 거론했다. 그러면서 “한미관계 발전은 중국을 포함한 제3자의 이익을 해치면 안 된다”며 “(한미는) 언행을 조심하라”고 비난했다. “하나 또는 몇 개 나라가 일방적으로 국제질서를 정의할 자격은 없고 자기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고도 했다.

앞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도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00년과 중국의 발전’ 세미나에서 본보 등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온 힘을 동원해 중국을 억압하거나 탄압하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한국의 자주적인 일이지만 중국의 이익이나 세계 평화, 지역 평화를 해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이고 남중국해는 지금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도 했다.

특히 싱 대사는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에 대해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가만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우리 군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이 사라지면 베이징 등 중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이 중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개발하면 대응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대만이 자국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중국은 그동안 한국이 일본과 달리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을 거론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균형외교를 잘하고 있다”고 해왔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서 문재인 정부를 미국 동맹 체제로부터 떼어낼 수 있는 ‘약한 고리’로 보고 한중 협력을 강조해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 첫 통화 직전 먼저 자신과 통화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진화 나선 靑 “중국과 긴밀히 소통”
청와대는 한중 간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외교부 등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을 해오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모두 중요한 나라다.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조화롭게 발전될 수 있도록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을 다시 강조한 것.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서 미국 측은 한중 간 복합적인 관계를 이해하는 태도를 보였다”고도 했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 때 “중국”을 명시하면서 대만, 남중국해, 홍콩, 신장위구르 문제 등을 거론하자 중국이 거칠게 항의한 데 비하면 중국의 이번 반발 수위는 낮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중국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면서 중국의 반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와 같은 강도 높은 보복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만 문제 언급은 중국으로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고 보고 있고 한국과 첨단 기술 등 협력의 필요성 때문에 갈등을 더 키울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박효목 tree624@donga.com
#한미 정상회담#한중#대만#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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