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이 포함된 데 대해 중국이 “불장난 하지 말라”며 반발하자 외교부가 25일 “매우 원론적인 내용”이라며 “특정국의 특정 현안을 겨냥한 것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한미 성명에 포함시킨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외교정책의 변화로 여겨지는 정책 결정에 대해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대신 당장 중국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中“ 반발에 특정국 겨냥 아닌 원론적 내용”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대만 언급과 관련한 중국의 반발에 대해 “양안(중국-대만)관계의 특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정부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대만의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매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내용만 성명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역내 평화 안정이 역내 구성원 모두의 공통적인 희망사항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한다”고 했다. 한미 성명에 중국 인권 관련 문제가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한중 간 특수관계에 비춰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계속 자제해왔다는 우리 정부 입장이 성명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기본 원칙 하에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한미 성명의 많은 내용들은 특정국의 특정 현안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보편타당한, 원칙적인 가치들을 명시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전날 “성명에 ‘중국’이라는 표현이 없다고 중국을 겨냥한 것을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특히 한미 정상 성명 발표 다음날인 23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가 성명에 포함된 데 대해 “대만의 안정과 평화가 우리 국익에도 직결된다는 우리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입장이었던 정부가 중국의 반발 이후 모호한 설명으로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대만 문제는 한미 성명에 처음 등장했으며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52년 만에 처음 포함될 정도로 중국과 관계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문제다.
● “국익 위한 선택” 원칙 대신 모호한 메시지로 혼란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중국 견제에 호응하며 미국 쪽으로 한 발 다가간 중대한 외교적 결정을 내려놓고 중국과 당장의 마찰을 우려해 원칙 없는 미중 간 줄타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불신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정통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그동안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지 않던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한미 성명에서 언급한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만 문제 표현은 일반적인 언급”이라고 사안을 축소시킬 것이 아니라 중국에 “국익을 위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중국이 우리 정부의 원칙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영리한 외교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뒤섞인 메시지로 양측 모두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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