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시민들에게 던진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위선적’ ‘내로남불’ ‘무능력’ 등이었다. 이를 이미지로 표현했을 땐 ‘독단적이고 말만 잘하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무능한 40, 50대 남성’이었다. 반면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권위적이고 고집불통인 50∼70대 남성’을 떠올리면서도 ‘리빌딩’ ‘불도저’를 연상하며 부동산과 민생경제에선 민주당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이 지난달 12∼15일 18∼6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량조사와 19∼54세 성인남녀 2∼8명씩으로 구성된 8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성조사를 합친 포커스그룹인터뷰(FGI) 조사 결과다. 당이 공식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해 4·15총선 당시 ‘촛불’ ‘등대’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1년 사이 급반전되면서 민주당 내부도 참담해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송갑석 전략기획위원장은 2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재·보궐 이후 정치지형 변화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달 민주당 서울시당에서도 약 20쪽 분량의 FGI 보고서를 통해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등을 패인으로 진단한 적이 있지만, 중앙당 차원에서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생성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 등 임대료 인상 문제가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봤다. 그러는 동안 야당 측에서는 오세훈,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이슈를 끌고 가며 젊은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친 주요 이슈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및 대응(84.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부동산정책(84.5%), 여권 인사 부동산 관련 논란(80.8%) 등을 지목했다.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었다는 응답과, ‘조국 사태’ 등 여권 인사의 도덕성 논란을 지적한 응답도 각각 77.1%, 72.5%에 달했다.
그 결과 민주당의 부정적 이미지도 국민의힘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30세대는 민주당 하면 성추행과 성추문, 거짓말, 부동산정책 실패 등을 떠올리게 됐다.
부동산과 민생경제 분야에서 국민의힘 손을 들어준 점도 민주당에 뼈아픈 부분이다. 응답자들은 민생경제와 부동산 분야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비해 정책적으로 더 잘할 것 같다며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또 보고서는 향후 민주당의 과제로는 부정적 사건을 수습하고 대처하는 책임 있는 마무리와 ‘제 식구 감싸기’ 근절 등 내부개혁, 부동산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의원들이 귀 담아 듣고 변하는 게 중요하지 매번 조사만 하면 뭐하느냐”며 “서울시당 조사 결과와도 별 차이 없고 왜 욕먹는지 뻔히 다 아는데 정작 선거 한 달이 지나도록 바뀐 게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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