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당내 대선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계의 당권 장악 논란이 제기되면서 후보간 막말 수준의 공방이 벌어지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승민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27일 “탐욕스러운 선배들을 심판하겠다”고 했고, 주호영 의원 등 중진들은 “찌질한 구태정치를 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8명의 후보 중 5명을 추려내는 1차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발표는 이날 예정됐지만 일반 여론조사 진행이 지체돼 28일 오전 8시로 연기됐다.
● “탐욕스런 선배들 심판” vs “구태적 분열 정치“
전날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 발언 논란에 휩싸였던 이 전 최고위원은 아침부터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캠프에 있으면서 언젠가는 심판하겠다고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며 “당의 후보가 선출된 뒤에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당 밖의 사람들에게 줄 서서 후보를 흔들어댔던 사람들, 존경받지 못할 탐욕스러운 선배들의 모습이었다”고 썼다. 또 “5+4(5선, 4선)가 0(0선)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마법을 보여드리겠다”고 썼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4선 나 전 의원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퇴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작당했다”고 주장한 5선 주호영 의원을 겨냥한 것. 이 전 최고위원은 떠 “미래와 개혁을 주제로 치러지던 전당대회를 당직 나눠먹기라는 구태로 회귀시키려는 분들, 크게 심판 받을 것이고 반면교사의 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승민계 김웅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륜을 강조한 중진 후보들에 대해 “패배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뽑아낸 수준 낮은 불안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중진 후보들의 반격이 곧바로 이어졌다. 주호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이 지난 4년간 국민을 겁박하며 지겹게 한 얘기가 ‘나 외에는 악이고 적폐니 청산하겠다’는 말”이라며 “‘언젠가 심판하겠다’는 악담이 내부로부터 나온다는 것에 당의 일원으로 참담함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또 “계파정치의 피해자였던 유승민계가 전면에 나서 계파정치의 주역으로 복귀하고 있다.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가 꿈인 사람이 대표가 되면 공정한 경선 관리가 가능하겠나. 유 전 의원 말대로 찌질한 구태정치”라고도 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인물을 적대시하고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로 가는 원인”이라며 “듣기에 섬뜩한 표현들이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고 받아쳤다. KBD 라디오 인터뷰에선 “특정 계파가 특정 대통령 후보를 밀고 있다면, 다른 후보들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며 들어올 수 있겠느냐”며 유승민계를 다시 조준했다.
● ‘역선택’ 경선룰 논란 속 컷오프 발표 연기
계파정치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 안팎에선 경선 룰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회의를 열고 당원 50%(2000명), 일반국민 50%(2000명)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1차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대 여성 및 호남 지역에 할당된 여론조사 표본(응답자) 수를 채우지 못해 이날 오후 늦게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28일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앞서 하태경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등을 중심으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을 물은 뒤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추출하는 방식에 대한 변경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하고 추가 샘플을 채우느라 컷오프 여론조사가 지체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역선택 조항 때문이 아니라 젊은 세대 응답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지역·연령별 여론조사 샘플수를 전국 인구수 대비가 아닌 당원 비율에 따라 할당한 데 대해 “호남과 청년을 사실상 배제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경선룰 변경을 논의하자며 황보승희 의원 등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관위 핵심 관계자는 “이는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하는 문제이며, 이미 경선이 시작된 마당에 경선 룰을 바꾸는 건 특정 후보 편들기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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