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군부대 간부가 병사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간부들이 부대별 백신 접종 동의율 혹은 접종률을 ‘성과’로 인식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자신을 육군 제3보병사단 소속 병사라고 밝힌 네티즌 A씨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게시된 제보 글에서 부대 행정보급관으로부터 “타 중대는 접종 희망 비율이 80% 이상인데 우린 40%가 넘지 않는다”며 백신 미접종시 휴가 등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될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27일엔 자신을 해병대 제1사단 소속 병사라고 밝힌 네티즌 B씨로부터 비슷한 제보가 나왔다. B씨에 따르면 이 부대에선 간부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동의하면 “남들 몰래 휴가를 주겠다”고 회유하는가 하면 “백신 맞을래, 나한테 맞을래”란 식으로 압박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이 부대 간부는 병사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진짜로 맞기 싫으면 (일단) 신청해놓고 나중에 맞으러 가서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B씨의 제보 내용대로라면 이 부대에선 병사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가 아니라 서류상 동의 여부에만 관심을 쏟고 있단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군 관련 전문가들은 앞서 일선 경찰서장이 소속 경찰관들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요했던 사례가 있었던 점을 들어 “군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 당국은 30세 이상 장병·군무원 등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개발) 1차 접종을 사실상 마무리한 데 이어, 내달부턴 30세 미만 장병 등에 대한 접종을 개시할 예정. 이에 따라 각 군은 예하부대별로 30세 미만 인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동의 여부를 조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군에서 30세 미만 인원은 절대 다수가 병사들이기 때문에 간부들에 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를 두고 “실제로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앞서 각 군이 30세 이상 인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접종 동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부대가 “미동의자에게 사유서를 제출토록 했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돼 ‘접종 강요’ 시비가 불거졌었다.
그러나 각 군 관계자들은 “상부에서 접종 동의율을 종합할 순 있어도 부대 간 접종 동의율을 비교하거나 이를 성과로 평가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군 관계자들은 “백신을 맞기 싫은 병사에겐 접종 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할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코로나19 백신 접종 동의 ‘강요’ 의혹이 제기된 육군 3사단과 해병대 1사단 측은 “백신 접종은 장병 개인 의사를 존중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해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0세 미만 장병 등의 경우 30세 이상과 달리 AZ가 아니라 미국 제약사 화이자 또는 모더나 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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