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라 쓰고 사이다라고 읽는다. 국민의힘 이준석(36) 전 최고위원은 사이다에 비유되곤 한다. 특유의 직설 화법 때문이다. 4·7 재보궐선거 직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이대남’ 현상에 대해 논쟁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에게 말은 정치인으로서 생존 수단이다. 원외 인사라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의식적으로 말을 많이 하고 다닌다. 달변가(達辯家)로 불리지만 스스로를 다변가(多辯家)로 정의했다.
그런 그가 5월 20일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출마 선언 역시 직설적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당대표가 되고 싶다”며 입을 연 젊은 정치인은 이내 “각자 마음속에 깊게 자리한 만성적 비겁함과 탐욕을 게워내야 한다” “자기 진영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추상같지 못한 비겁자들” 등 날 선 말을 쏟아냈다. “제발 나를 뽑아달라”며 당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보통의 후보들과는 대조적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5월 22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지지도 조사에서 30.3% 지지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0선 청년 정치인의 선전에 ‘이준석 신드롬’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5월 25, 26일 그를 인터뷰했다.
“0선 중진? 대구에 3번 붙였다면 3선 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초선의원들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비교우위가 있나.
“정치 경험에는 선거 경험부터 정당에서 일한 경험까지 다 포함된다. 이런 면에서 나는 이력이 더 있다. 초선의원은 정치에 입문하거나 의정 활동을 한 기간이 1년밖에 안 된다. 나는 10년가량 정치판에서 시간을 보내며 철학을 정립했다. 10년 가까이 방송에 출연하고 원외에서 버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덕분에 많은 분이 내 목소리를 듣고 공감도 해줬다. 내가 당대표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반대로, 같은 상황을 ‘0선 중진’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존재감은 중진의원급인데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했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온다. 한국 선거는 지역구 유불리에 따라 승패가 많이 갈린다. 고향인 상계동(서울 노원병)은 진보색이 굉장히 강한 동네다. 뚫기 위해 노력 중이고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나를 대구에 3번 붙여줬으면 지금 3선 했다.”
첫 방문지가 대구였다.
“보수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면 가장 완고한 지역이자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를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많은 정치인이 이러한 사실을 피해 개혁에 실패했다. ‘진짜 보수당’ 대표가 되려 한다면 대구 시민들의 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최소한의 기간을 제외하면 대구와 영남 지역에 상주할 계획이다.”
원외에서 지내며 무엇을 느꼈나.
“서울의 경우 오히려 원외가 다수다. 원외는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본다. 이 싸움을 잘 해내고 있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내적 갈등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당선하기 쉬운 지역구에 공천받아 저러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여러 성찰을 한다.”
원외 청년 정치인의 선전에 ‘이준석 신드롬’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한국 정치인들은 다선을 위해 보신적인 표현을 많이 한다. 또 그런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나는 최대한 말을 많이 하려 한다. 사회 이슈를 풍부하게 이야기하되 그 안에서 일관성을 잃지 않고자 노력한다. 맞는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을 많이 하면서 철학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관성을 잃어버리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되는 것이다.”
정치인의 말에 금기가 있다는 건가.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적이 없어야 공천에 유리하다. 공천을 추구하는 정치인은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나는 당선이 어려운 지역구에 도전해 승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각종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밝히면서 대중에게 다가서야 했다. 진화 방식이 달랐다.”
“컴퓨터 못 다루면 의원 말고 다른 봉사 찾아야”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에서는 경험보다 타고난 감각이 지배하는 영역이 크다고 본다. 그간 정치 활동을 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을 연마하기도 했지만, 메시지를 내는 등 감각이 더 큰 장점이라고 본다. 10년 가까이 방송 출연을 하면서 말실수 때문에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 이러한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아주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실험 정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는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개혁은 언제 할 수 있나. 젊은 세대는 언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나. 홍준표 의원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기본적으로 정당이 개혁을 위해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대선을 앞둔 시점이다 보니 경험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대선 캠프에서 뛰어봤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나 나름 역할을 했다. 캠프와 선거의 생리를 잘 안다. 능숙하게 선거를 지휘할 자신이 있다. 인재 영입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당 안에 훌륭한 분이 많고 당 밖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홍준표 의원 등이 언급된다. 아무도 자신이 불리하다고 생각지 않도록 공평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당이 대선주자 때문에 개개인에게 다른 일정을 제시해선 안 된다. 당 밖 인사는 대선 6개월 전까지 국민의힘 당원들과 소통하며 결합을 시도해야 한다. 이때까지 당의 문을 활짝 열겠다. 이후로는 닫을 수밖에 없다.”
나경원 당대표 후보는 스스로를 화물트럭에 비유했다. 모두를 이끌고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와 비교하면 나 후보 측에 전현직 의원이 굉장히 많이 참여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태우고 다녔는데도 성과는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태운 사람이 너무 많아 성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나 후보의 화물차론(論) 자체가 버겁고 구시대적 발상이다. 선거캠프에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사람이 많으면 추후 논공행상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전 최고위원은 “컴퓨터, 독해, 자료 해석 능력은 의원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질이다. 이를 갖추지 못했다면 의원이 아닌, 다른 봉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국회의원 중에서도 이러한 역량이 부족해 보좌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의원 후보를 대상으로 한 기초자격시험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당대표가 되면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영역도 이 부분인가.
“당 인사체계를 경쟁 선발로 바꾸겠다. 지금은 엽관제 비슷하게 운영된다.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모든 당내 조직을 캠프 사람들로 채우는 상황이다. 이를 탈피해야 한다. 공개 경쟁 선발을 통해 인재를 널리 모집한다는 것이 내 원칙이다. 예를 들어 지금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주변에 뛰어난 인물들이 모여 있나. 한국 정치체계 하에서 정치권 옆에 붙어 있는 인물은 특이한 사람들이다. 오후 2시 여의도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제대로 된 직업이 있겠나. 이미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엽관제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주호영·나경원 열세 후보 행동 보이며 초조해해”
이 후보도 결국 유승민계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유승민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고, 그 덕분에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지 않는다. 유승민계가 나처럼 젊은 정치인을 당대표 후보 여론조사 1위로 올릴 그런 능력 있는 계파, 또 그런 힘을 행사하는 계파인가. 유승민 의원 본인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억측이다. 오히려 경쟁 (후보) 측에서 계파로 몰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승민계가 되살아나 계파정치가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 않나.
“내가 당대표를 하면 가장 피해 볼 사람이 유승민 의원이다. 내가 유 의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행동을 하면 편향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유 의원이 불이익을 보면 봤지, 이익을 보진 않을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5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 선거 선두권을 다투는 주호영, 나경원 후보와 계파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나 후보에 대해서는 “옛 친박계의 지원을 전폭 받고 있는 나경원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총장이 상당히 (입당을) 주저할 것 같다”고 했고, 주 후보와 관련해서는 “여기저기서 막판에 계파주의에 몰두하는 것 같다. 나는 가만있는데 다른 후보들이 ‘이것이 척결해야 할 구태다’를 보여주고 있다”고 글을 썼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친박이니 뭐니 하기에 앞서, 선거 기간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고 상대 후보에게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열세 후보의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주호영 후보, 나경원 후보가 너무 조급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작 계파 지원을 받는 쪽은 상대 쪽이다?
“그렇다. 나는 조직적으로 표를 지원받고 있지 않다. 고공전을 치르는 상황이다. 계파는 조직표와 관련 있지 않나. 왜 나에게 (계파를)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정치철학과 ‘0선 중진 현상’에 대한 인터뷰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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