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가짜 기본소득” vs 이재명 “안심소득 헛공약” 연일 설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0일 16시 49분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각 자신들이 추진하는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각자 상대의 정책에 대해 “기본소득은 선심성 현금살포”(오 시장), “안심소득은 시민을 속이는 헛공약”(이 지사)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논쟁은 이 지사가 28일 페이스북에 먼저 ‘차별급식 시즌2 안심소득, 부자는 죄인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전날 서울시가 소득 수준이 중위 소득에 못 미치는 시민에게 중위 소득 미달 금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내용의 안심소득을 시범 시행하기 위해 자문단을 구성하고 본격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이 지사는 “안심소득은 국민을 ‘세금만 내는 희생 집단’과 ‘수혜만 받는 집단’으로 나눠 갈등을 대립시키고 낙인찍는 낡은 발상”이라며 “중산층과 부자에게 일방적 희생과 책임을 강요하는 재원조달은 동의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기본 원칙을 전혀 지키지 못한 선심성 현금살포의 포장에 불과하다”며 “안심소득은 어려운 분에게 더 많이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 분들이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양극화 해소에 특효약”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지사는 29일 “17조 원이나 되는 안심소득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밝혀야 시민을 속이는 헛공약이라는 의심이 해소될 것”이라고 재차 공방에 나섰다. 그는 또 “17조 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서울시민 1일당 연간 170만 원을 지급 가능하다”며 “저소득자 중 일부만 선별해 수천만 원씩 현금 지급하는 것보다 모든 시민에게 지역화폐를 분기별 지급하는 것이 훨씬 공정하고 경제를 살리는 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해 “예산의 규모는 서울시의 연간 복지 예산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설계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또 “최소한 시범사업의 골격이 준비되고 출범할 때까지라도 비판을 자제하고 기다려 주시는 것이 도리”라며 “체계적이고 정교한 실험의 골격을 짤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했다.

공방은 사흘째인 30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사는 오 시장의 안심소득이 외려 선심성 현금살포에 가깝다며 “저를 ‘선심성 현금살포’라 비난하시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이 지사님의 ‘가짜 기본소득’이야 말로 역차별적이고 훨씬 불공정하고 갈등 유발적”이라고 비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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