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회고록, 윤석열 다시 불러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1일 11시 48분


‘조국의 시간’© 뉴스1
‘조국의 시간’©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도보수야권의 대선 주자로 밀어올린 ‘조국 사태’가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권에서는 유력 대선 주자들이 앞 다퉈 조 전 장관을 위로하며 회고록 출간 국면에 가세했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촛불시위로 조 전 장관을 결사 옹호했던 친문 강성 지지층은 회고록에 전폭적인 공감과 지지를 보내며 열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19년 조 전 장관 가족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윤 전 총장의 대선 등판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야흐로 ‘조국 정치’가 부활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의 조 전 장관 옹호 움직임에 대해 이미 사법적으로 1심 유죄 판단이 내려진 사태의 본질을 도외시한 언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1심 판결에서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된 7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조 전 장관의 딸이 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 7가지 스펙이 모두 허위 또는 부풀려는 것으로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특히 조 전 장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부산 아쿠아펠리스호텔 실습수료증 및 인턴십 확인서 등 2개의 허위 스펙을 위조하는 데 부인과 공모한 것으로 1심 판결에서 인정된 바 있다. 조 전 장관이 기소된 10여개 혐의 중 6개는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된 것인데, 부인이 선고받은 1심 판결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일부 유죄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외에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감찰 무마에 개입한 혐의로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자녀 입시비리만 놓고 보면 조 전 장관과 부인 모두 1심에서 유죄 판단이 내려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권에서 조 전 장관을 적극적으로 감싸고 있는 것은 4·7 재·보선 직전에 조 전 장관과 거리를 두는 듯한 정황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재·보선 한 달 전인 3월 교육부는 부산대에 조 전 장관 딸 조민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 조사를 지시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정권이 조국 손절에 나선 것이냐’, ‘선거를 앞둔 조국 손절 쇼인가’ 등 해석이 분분했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을 중심으로 여권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재·보선 전 정부 조치가 최소한 ‘조국 손절’은 아니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공판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11.20/뉴스1 © News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공판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11.20/뉴스1 © News1
조 전 장관은 회고록 출간에 대해 30일 페이스북에서 “이 책을 쓴 것은 제가 정치활동을 하기 위함도 아니고 현재의 정치과정에 개입하기 위함도 아니다”며 “현재 저는 ‘위리안치’(圍籬安置)된 ‘극수(棘囚)’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위리안치는 유배된 죄인의 거처에 높은 울타리를 치고 출입을 금지하는 형벌이며, 극수는 가시덩굴 속에 갇힌 죄인을 말한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 출간이 자신의 정치활동 재개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고난의 상징인 가시덩굴에 갇힌 죄인으로 표현함으로서 자신의 결백함을 강조하고, 언젠가는 유배지를 벗어나 정치무대에 복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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