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도쿄올림픽 불참(보이콧)’ 문제를 선제적으로 띄우고, 검찰개혁에 연일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 ‘사이다’를 자처하고 있다. 민주당의 1, 2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상대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는 와중에, 민심을 적극적으로 대변함으로써 지지율을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정 전 총리는 31일 유튜브 채널 ‘정세균TV’에 ‘욕하는 정세균’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할 말 하는 ‘욕쟁이’ 정치인? 욕할 곳에 욕하는 정치인? 무엇보다 여러분과 공감하는 정세균이 되겠다”고 밝혔다.
영상에 등장하는 정 전 총리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아이구 아이씨 개판이네”라고 말한다. 어떤 화면을 보고 말한 것인지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정 전 총리 측에 따르면 악플이나 지지율에 관한 내용이라고 한다.
이후 영상에는 ‘스마일맨도 욕을 한다’는 자막이 나온 뒤, 정 전 총리가 최근 ‘장유유서 논란’이나 ‘도쿄 올림픽 불참’에 관해 발언한 내용을 소개한다. ‘온화함과 부드러움’으로 대표되는 정 전 총리의 기존 이미지를 ‘할 말을 하는 솔직한 정치인’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도다. 정 전 총리는 실제 최근 과격한 표현도 불사하면서 각종 현안에 거침없이 의견을 내고 있다.
이미 정 전 총리는 지난 26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낮은 지지율에 관해 “죽 쑤고 있다”며 웃은 뒤, ‘장유유서 논란’에 대해 “많이 떴다. 앞으로 더 확실한 사고를 치겠다”고 예고했다. 여권 내 3위 주자인 입장에서 일단 언론에 오르내리며 인지도를 높이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정 전 총리는 지난 29일 충남지역 시·도의원들과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도에 독도를 자국 정부 영토로 표시한 데 대해 “일본이 고약하고 치사하지 않나. 독도를 저놈들이 빼앗아 가려고 하는 짓을 절대 용납 못한다”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검찰개혁 몸통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검찰개혁에 반란의 칼을 들이대는 검찰의 나라, 특권층의 나라로 되돌아갈 수 없다”며 여권의 다른 주자들보다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날도 윤 전 총장을 향해 “가족범죄 의혹을 스스로 밝히라”라면서 “도덕성이 결여된 지도자는 대한민국 역사를 불행하게 만들어 왔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지도자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대권을 두고 경쟁하는 이재명 지사를 향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사가 러시아 백신 도입을 주장한 것에 대해 “혼란을 가중한다”며 공개 비판한 데 이어,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꼬집었다.
그는 전날 게시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기본소득이 현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문제점으로 Δ낮은 가성비 Δ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음 Δ미미한 소비진작 효과 Δ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추측 Δ무임승차 문제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반대 진영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유력 후보인 이 지사와의 선명한 대결 구도 역시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지금 누가 진짜 사이다인가. 이재명 지사가 사이다로 떴지만 옛날 이야기”라며 “정 전 총리는 실제로 보면 굉장히 터프하고 장수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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