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에 중진 단일화? 李 “1+1이 1.5 안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1일 17시 21분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전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돌풍에 맞서 중진 후보들 간의 단일화가 본선에서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예비경선에서 2, 3위를 한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공식적으로 단일화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각 캠프 내부적으로는 후보 사퇴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후보 사퇴로 단일화 가능성도”
31일 양쪽 캠프 일각에서는 두 후보 간의 단일화 이벤트보다 한 후보가 전격 사퇴하면서 자연스러운 단일화 효과를 노리는 구상이 흘러나왔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이 전 최고위원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나경원 대 이준석’ 구도를 만들 것”이라며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주 의원을 향한 사퇴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주 의원 측은 “시간이 흐를수록 투표율이 높은 대구·경북 당원들의 지지가 우리 쪽으로 쏠리면서 나 전 의원이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중진 후보 캠프에서 ‘자연스러운 단일화’를 구상하는 이유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기 때문. 당 핵심 관계자는 “중진 후보들 간 인위적인 단일화를 추진한다면 정치공학으로 청년 정치인을 밀어내는 ‘적폐연대’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했다.

설령 단일화 논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모바일 투표가 시작되는 7일 이전에 마무리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당에 대한 걱정은 많이들 하실 것”이라면서도 “지금 단일화를 위한 논의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주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그런 논의는 절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예비경선 결과 뿐 아니라 이 전 최고위원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건 중진 후보들의 단일화 압박 요인이다.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39.8%로 나 전 의원(17.0%)과 주 의원(3.4%)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에 한정해도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과반(50.1%)을 넘어섰다.

●이준석 “1 더하기 1해도 1.5 안 나올 수도”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중진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19세기 초 유럽 각국이 프랑스 나폴레옹에 대항한 ‘대프랑스 동맹’을 맺은 것을 예로 들면서 “그런 것을 하시겠다면 해도 되는데 굉장히 민망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견제에 나섰다. 이어 “1 더하기 1이 1.5도 안 나오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며 “그걸 중진 분들이 모르고 단일화를 시도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계파 공방도 계속됐다. 나 전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말하는 통합의 그림이 결국 유승민 후보만 국민의힘 경선 열차에 태우고 떠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전 최고위원은 “유승민계가 조직적인 힘을 발휘해 이준석을 당 대표로 밀어 올릴 힘이 있었으면 옛날에 유승민 대통령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진영 전 상근부대변인은 이 전 최고위원의 돌풍과 관련해 이날 페이스북에 “히틀러의 향기가 난다”고 했다. 박 전 부대변인은 “이준석의 논리를 보면 사회적 약자나 소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전형적인 히틀러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오늘은 히틀러 소리까지 들었다”며 “히틀러 같은 파시스트는 권력을 한손에 움켜쥐려고 하지 공정한 경쟁 같은 건 언급 안 한다”고 반박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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