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민의 전당대회에선 예년의 당 대표 선거전에선 쟁점이 되지 못했던 청년 정책을 둘러싼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된 세대교체 아젠더를 이 전 최고위원이 독식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중진 후보들은 피선거권 나이제한 폐지 공약 등을 쏟아냈다.
● 이준석 “청년할당 폐지” vs 중진들 “사다리 차기”
이 전 최고위원이 “할당제는 불평등한 제도”라며 청년·여성 할당제 폐지를 공약한 데 애해 2일 나경원 전 의원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작년에 공천을 받을 때도 청년 비대위원 몫으로 일종의 전략공천을 받았다”며 “(할당제 폐지 주장은)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할당제 자체가 문제가 아닌데 (폐지 주장은) 시대정신과 맞지 않다”며 “무조건적인 실력주의, 엘리트주의가 오히려 공정을 해친다”고도 했다.
주호영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조건 실력으로 이기는 사람이 공정하다는 건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으로 대단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중진 후보들은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역차별에 대한 근본 해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여성, 청년, 호남지역 인재에 대한 할당제 도입을 주장했다. 또 청년들에게 정치 참여의 길을 열어주겠다며 대통령(40세)과 국회의원(25세) 피선거권 나이 제한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공천에서 여성과 청년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공정하지 못한 제도”라고 주장하며 폐지를 주장해 왔다. 지난달 20일 출마 선언문에서 “실력만 있으면 어떤 차별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정함으로 모두의 가슴을 뛰게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청년 할당제 폐제’ 주장에 대해 당내에선 “이 전 최고위원이 최근 젠더 이슈와 관련해 20대 남성들의 이른바 ‘역차별’ 주장을 옹호하며 지지를 이끌어낸 것과 연장선상에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유승민은 이준석 아버지 친구” 논란
이 전 최고위원과 중진 후보들의 장외 설전도 연일 수위가 높아지며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특정 후보를 대통령 만들겠다고 하는 생각을 가진 분은 통합의 걸림돌”이라며 유승민 전 의원계로 분류되는 이 전 최고위원을 정조준 했다. 주 의원도 “(이 전 최고위원의) 아버지와 (유승민 전 의원이) 친구인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대선 관리가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전 의원에 대한 반감을 이용하는 것으로 계파 정치나 구태로 선거를 치르려 해서 안타깝지만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며 “억측 또는 프레임 씌우기”라고 받아쳤다.
전당대회 막판 변수도 일부 중진 후보가 전격 사퇴할 것이란 얘기도 나돌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무성 전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이 회동한 사실이 알려진 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일부 중진 후보들에게 ‘차라리 이 전 최고위원을 밀어주고 사퇴하라’는 압박이 오고 있다”고 했다. 당 내에선 홍준표 전 대표가 28일 페이스북에 쓴 “결국 탈당파와 잔류파의 대결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글이 회자되기도 했다. 탄핵정국에서 주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은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에서 탈당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나 전 의원은 잔류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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