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추행 파문]
“軍 후진적 性인지 도 넘어” 비판
“가해자 중심 수사 문제” 지적도
여군 사진 보며 순위 매기기 여전
공군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의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군 내부에서 군 내 후진적인 성인지 문화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성 중심적인 경직된 군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유사한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의 소속 부대인 20전투비행단에선 3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강제추행 사건이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4월 20전투비행단의 정보통신 대대장(중령)은 부대 소속 여성 중위의 손을 쓰다듬고 입을 맞추거나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 혐의로 군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이후 이 대대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취업제한명령 2년 선고를 받고 제적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1일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도 같은 정보통신 대대 소속 장모 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대대장의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지만 부대나 공군 차원의 성폭력 방지 교육 등 적극적인 개선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사건 당시 간부들 사이에선 대대장이 ‘운이 나빴다’는 말들이 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군 안팎에선 최근 잇단 성폭력 사건들이 후진적인 군 내 성인지 감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 많다. 한 군 관계자는 “공군 일부 간부 중에 여군이 전입을 오면 프로필 사진을 돌려보며 부대 내 여군 순위를 매기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군 간부 중 여군의 비율은 7%대에 불과하다.
신고가 이뤄져도 가해자 중심의 부대 분위기가 수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2일 구속되기 전까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장 중사는 사건 발생 15일이 지난 3월 17일에야 다른 비행단으로 이동조치됐다. 이 기간 피해자인 이 중사는 같은 사무실 상관들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 게다가 이 중사는 지난달 18일 새 부대인 15특수임무비행단에 출근해서도 사실상 ‘관심병사’ 취급을 받으며 정신적 고충을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과 일부 지휘관만 알아야 할 이 중사의 피해 사실을 15특수임무비행단 내 대부분이 아는 듯한 분위기였고, 상관들은 이 중사에게 통상과 다르게 엄격한 절차를 요구함으로써 이 중사가 압박을 받았다고 유족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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