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 때부터 변화를 만들어냈다. 고리타분하던 친박(친박근혜)계, 태극기부대 세력과 관계를 정리했다. 지지층도 신나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그저 그런 대세론, 인물론에 따라 선거를 준비한다. 국민은 지긋지긋하다며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현 상황을 꼬집었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에 쓴소리를 낸 4인방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일원이다.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며 계파정치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5월 9일 여권에서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정권 재창출, 분위기 아주 안 좋아”
박 의원은 민주당이 변화를 원치 않는 기득권이 됐다고 지적했다. 정권 재창출에 먹구름이 낀 상황임에도 유력 대권주자들이 세 과시를 즐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빅3’로 불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당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향해 “그분들은 현 상황이 무척 좋지 않겠나”라며 “후보 선출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벌써 변화 가능성과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까지 속수무책으로 기회를 흘려보낼 것인가. 하루빨리 대선기획단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이준석 후보가 1위를 했다.
“국민이 가장 격렬하게 바꾸고자 하는 분야가 정치다. 한국은 스포츠, 예술, 문화, 학술은 다 선도국인데 정치만 후진국 수준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요구가 다시금 확인됐다. 야당의 변화이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뒤처질 뿐이다.”
국민의힘은 ‘꼰대’ 이미지가 강했다. 여야 상황이 반전된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당이 변화하고 있지 않아서다. 재보선 때 이미 국민은 민주당에 변화를 명령했다. 50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국민은 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 국민의힘에 지지율을 추월당했다.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질타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왜 변화하지 못했나.
“뻔한 인물과 논리, 구도에 갇혀 있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아주 좋지 않겠나(웃음). 변화 없이 자리에 머물고만 있다. 민주당은 익숙하고 편하겠지만 국민은 불편해한다. 국민은 뻔한 인물과 구도로 뻔한 패배를 당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주장을 통해 변화를 주도할 것이냐를 묻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당내에서 이질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오지 않았나.
“국민들이 이 지사와 관련해 정말 대세론인지 묻는다. 개헌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라는 개헌에 대한 낮은 인식, ‘별장도 생필품’이라는 느닷없는 이야기는 물론, 기본소득만능주의자와 만사형통주의자로 비치는 부분이 있다. 정책적으로도, 또 정치인으로서도 여러 가지 검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논쟁과 토론을 회피하고 있다. 국민이 보기에는 뻔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확률을 어떻게 전망하나.
“되거나 안 되거나 반반이다. 분위기는 아주 안 좋은 상황이다.”
송영길 당대표가 ‘윤석열 파일’을 거론하며 자신감을 보였는데.
“민심은 파일에 있지 않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생태탕이니, 페라가모니 하다 지지 않았나. 민심은 상대 약점에 있지 않다. 국민은 정치인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미래에 관심을 가진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비전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 그럴싸한 이벤트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모습은 유명 기획사에서 관리하는 아이돌과 다를 바 없다.”
“尹, 간 보지 말고 요리 실력 보여라”
박 의원이 그리는 국가 비전은 행복국가다. 그는 “국민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는 문제가 무엇이겠나. 내 집 마련, 내 차 마련, 건강, 자녀교육, 노후자산 문제가 핵심이다. 해당 분야에 관련된 정책을 통해 국민 행복을 이뤄내야 한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자신만의 답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박용진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건 너무하네’ 이렇게 판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며 “리더를 희망하는 사람이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민주정치에 대한 도전이다. 윤 전 검찰총장도 당장 요리 실력을 보여줘야지, 간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적격 교사 퇴출이 가능하도록 교원평가제를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 중 하나가 교육 문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 교원평가제도를 제대로 시행해 교육현장의 개혁과 혁신을 이끌어내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발할 것이다. 필요한 일이라면 누군가가 반대하고 이로 인해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한다. ‘유치원 3법’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사를 패싱했다”는 비판도 있다.
“전교조 정책실장을 지낸 분과 통화도 길게 했다. 교사들에게 토론회에 나와달라고 부탁해도 교사사회에서 왕따가 될까 봐 안 나오려 한다. 전교조가 원한다면 언제든 토론할 수 있다. 전교조도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내 식구 감싸기 식으로 할 건가. 교육의 3주체는 교사, 학생, 학부모다.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를 왜 박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능력이 부족한 교사를 교육현장에서 이격하거나 재교육하자는 주장이 무엇이 문제인가.”
혹자는 특정 집단을 개혁 대상으로 삼아 국민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이 지사와 유사하다고도 한다.
“다 지나고 나니까 ‘박용진이 유치원 3법으로 대박 쳤다’고 이야기하지, 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 국회의원 하기 싫으냐며 말렸다. 유치원에서 분식회계와 회계부정이 저질러진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 교육부도 3년 전부터 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을 정착시키고자 했지만 질질 끌려다니기만 했다. 교원평가제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기득권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민주당 역시 그렇다. 현 상황에 익숙해 있다 보니 변화하지 않는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눈에 띄는 문제에 대해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뭐 하러 대통령을 하나.”
“한 줌 기득권 때문에 국민 힘들어해”
가장 먼저 변화를 이끌고 싶은 분야는 뭔가.
“‘국민자산 5억 성공시대’라는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시행하겠다. 각종 연기금을 한데 묶어 1500조 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형성해 7%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겠다. 매달 50만 원씩 입금하면 30년 후 이자만 4억3000만 원에 달한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젊은이들을 철없다 하지 말고, 이들이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연 7%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을까.
“노르웨이, 스웨덴, 캐나다, 캘리포니아 연기금은 모두 수익률이 8%대다. 국민연금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5%대다. 나머지 67개 주요 연기금은 1~2% 사이에 머무른다. 운용 행태가 심각하다. 각종 연기금을 통합해 1500조 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만든다면 20~30% 정도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나머지 부분으로 이를 메워 7%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학이 작동되는 것이다.”
그는 “곳곳에 자리한 기득권 세력이 방해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물론, 거래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인 금융권도 난리일 것이다. 관료들과 시장에서 날고 기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뚫어야 추진할 수 있다. 용기 있고 기득권에 포섭되지 않는 젊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득권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범위가 모호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처럼 기존 제도와 시스템에 익숙해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기득권이다. 한 줌 기득권 때문에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모병제를 하자고 했더니 국방부에서 딴소리를 하더라. 지금 방식대로 싼값에 청년들을 활용하는 게 편한데 변하려고 하겠나. 모병제를 반대한다면 국방부 역시 기득권이다.”
지도자가 자신에게 반하는 집단을 기득권, 적폐로 모는 선례가 있지 않았나.
“정치는 말, 술, 법 세 가지로 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먼저다. 말이 안 통하면 술 마시면서 다시 대화한다. 법은 맨 마지막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반대자를 적폐로 몰 것이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두 달에 한 번 넥타이 풀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겠다. 밤에 야당 대표들을 몰래 불러 해물탕도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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