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범죄 파문]
軍, 성추행 관련 2차 압수수색… ‘늑장수사’ 공군검찰은 제외
병영개선기구, 민간인 위원장에 분과마다 민관군 참여 형태될 듯
일부 “비슷한 TF 존재” 옥상옥 우려
군 검찰(국방부 검찰단)이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건을 이첩받고도 두 달간 미적거린 공군 검찰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 관련 부대와 기관들에 대해 잇달아 압수수색을 벌이면서도 늑장·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공군 검찰만 쏙 뺀 것은 ‘제 식구 봐주기’ 모양새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사건 이첩받고도 ‘두 달간 뒷짐’ 공군 검찰
군 검찰은 7일 사건의 은폐·회유 의혹이 제기된 이 중사 상관(A 상사·B 준위) 등 공군 20전투비행단 관계자들의 주거지·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3월 초 장모 중사(구속)가 차량에서 이 중사를 성추행할 당시 앞좌석에서 운전을 한 C 씨도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4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과 이 중사가 사망 직전 전속된 15특수임무비행단의 1차 압수수색에 이어 부실수사 및 2차 가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군 검찰은 이날까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군 검찰은 4월 초 공군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고도 54일 만인 지난달 31일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첫 피의자 조사를 했다.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0일 뒤에야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큰 가해자의 휴대전화도 법원에서 사전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집행을 미루다 장 중사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공군 검찰은 피해자(이 중사)의 심리적 불안정 등으로 조사가 늦어지면서 가해자 조사도 지연됐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뭉개기’ 의혹이 제기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공군 검찰에 대한 수사는)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 절차대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민관군 참여하는 병영혁신위 구성될 듯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종합적인 병영문화 개선 기구 설치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군 안팎에선 민관군이 참여하는 병영문화 혁신기구가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권변호사 등 민간인이 위원장을 맡고 군내 성폭력·가혹행위와 장병 인권·복지분야 등 3, 4개 분과에 민간 전문가와 유관 부처 및 군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2014년 한시 가동됐던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롤 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는 육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및 윤 일병 폭행 사건 이후 군 제도와 병영문화 쇄신을 위해 2014년 8월 출범했다. 외부 민간 인사에게 자문해 그해 12월 22개 혁신과제를 국방부에 권고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 잘못된 병영문화와 폐습에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장교와 부사관, 사병은 각자 역할로 구분돼야 하는데 신분처럼 인식되는 면이 있다”며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일각에서는 ‘옥상옥(屋上屋)’ 우려도 나온다. 이미 군 차원에서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군내 성폭력 예방 및 병영문화 개선 관련 위원회나 전담팀(TF)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기구가 생길 경우 기능·역할의 중복과 효율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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