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인영 “금강산 관광, 인도적 문제…제재로 막지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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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9일 08시 12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9일 금강산 관광 문제는 인도적 협력 차원의 문제로 재개하는 데 대북제재로 인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장관은 전날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금강산관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가 완화되면 해볼 수 있는 게 많다”면서 “금강산 관광·여행·방문은 인도주의 문제와 관련이 깊어 대북 제재의 영역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오는 16일이면 남북 개성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지 1년이 된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가동, 철도·도로 협력 등을 통해 남북 관계의 개선이 가능할까.
▶세 가지는 좀 다르다. 우선 개성공단 문제는 비핵화 협상이 어느 정도 진척된 후 제재 해제나 완화 논의가 이뤄질 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개성을 포함한 제재의 포괄적인 완화 또는 공단 내 취급 품목별 해제 등의 다양한 방식이 논의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 금강산관광과 철도·도로 협력에 대한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금강산관광은 개성공단과는 다르게 코로나19 문제가 완화되면 해볼 수 있는 게 많다. 관광·여행·방문은 인도주의 문제로, 제재의 영역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산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또 철도·도로는 비상업용 공공인프라 영역이기에 남북 협력이 진행이 되면 북한 정권보다도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된다.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없는 부분을 명확히 하면 국민과 국제사회 공감 속에서 비핵화 협상이 많이 진척되기 전인 초기단계에서도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미 간 조율을 많이 하면서 해야 한다.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도 중요해 보인다. 북한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나.
▶남북 연락채널을 복원하는 데에는 조건이 없다. 대화 의제, 대화 방식, 대화 장소 등에 대한 가능성은 모두 열어둘 수 있다. 대면이 쉽지 않으면 비대면(화상)으로 할 수도 있고, 대면으로 한다고 해도 ‘화상회담’, ‘안전대면’ 등의 시설을 만들수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여력이 좋아진다면 더 자유롭게 오가며 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간 독자협력은 미국과 공조가 필요하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는 차이가 있을까.
▶인도주의 협력 분야에 있어서는 확실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19년 타미플루를 준비했지만 북측에 전달되지 못했던 것과 같은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제재와 관련한 부분의 영역은 비핵화 협상이 어떻게 진행이 되느냐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선(先)비핵화 후(後)제재완화’보다는 단계적, 점진적, 실용적인 방식에 따른 동시적 상응조치 해법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시간이 걸려도 단단하게 (북미관계를) 진행해 나갈 것이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 보다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언급된 한미 싱가포르 합의 및 남북 판문점 선언 존중과 관련 북한은 어떤 입장일 것으로 예상하나.
▶내심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미국이 북미 싱가포르 합의, 남북 판문점 선언 등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대북특별대표까지 임명한 사실을 밝힌 것은 대북 정책의 방향성뿐만 아니라 속도에 있어서도 우선순위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이 100% 만족한다고 단정해 얘기할 수 없지만, 호응 가능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19년 제2차 북미 정상회담(하노이 노딜 회담) 이후에 어떻게 정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내부 정비를 하고 전략적인 행보를 치밀하게 준비했을 것이다. 특히 대남·대미 관계 개선을 언제, 어떻게 할지도 생각했을 듯하다. 2021년 들어서는 미국 대선 결과와 그에 따른 대북정책, 한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 최근 한미정상회담 결과 등을 지켜보면서 판단했을 것이다. 지난 시기는 (정세적) 불확실성이 불거졌던 과정이면서 코로나19 상황으로 불안정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서 북한이 대외전략을 판단과 평가하고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다행스러운 정세가 됐다. 그렇게 멀지 않은 시간 내 북쪽의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고, 북한은 지금 나와야 한다.

-북한이 지금 움직여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의 정세는 20년 만에 돌아온 정세다. 지난 3년을 들여다보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북미관계가 급진전했고 당시 결실을 맺지 못한 게 아쉬울 수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으로는 남북미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절은 김대중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때이다. 돌아보면 지금이 제일 접근하기 좋은 정세일 수도 있다. 한미가 평화적·외교적·관여적 접근을 모두 중시하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가능할까.
▶1년이 채 남지 않았지만, 클린턴 정부 시절 약 2달 정도 남기고도 북미관계의 급진전이 이뤄졌다. 당시 6개월만 남았더라도 결론은 달라졌을 것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과 같이 그동안 군사적 긴장을 높여 협상하려 했던 때 성과가 없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대화를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라면, 북한이 지금 이 시점을 놓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상반기, 특히 6월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북한이 3월 한미연합훈련에는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8월에는 덜 민감해 했으면 한다. 만약 8월에 날선 반응을 보일 경우 7~8월에 다시 남북미 관계가 소강상태가 되고 9~10월에는 대선국면이 본격화될 것이다. 11~12월에는 미국이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시간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이 흐르고, 우리나라의 대선과 미국의 중간선거 일정이 예정돼 있다.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허비된다. 이러한 시간표를 생각하면 6월에 북한이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나 이르면 올해 9월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이 계기가 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더 이상 대외적인 움직임을 하지 않을 것으로 결정했다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단순 남북관계 측면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한 나라의 국가발전전략, 경제발전전략을 보면 북측을 계속 두드리는 게 옳다. 저성장 궤도로 접어든 우리나라가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할 경우 추가적인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다. 이 기회는 다른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다. 이를 외면하거나 걷어찰 이유가 없다. 또 그 기회를 중국 등 다른 나라보다 늦게 가질 필요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고 해서 그 길을 포기할 것은 절대 아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한국의 국가발전전략이 있다면, 북한도 그들 나름의 전략이 있을 것 같다.
▶북한에게도 이는 매우 소중한 기회일 것이다. 북한이 핵 문제만 풀어내면 김정은 위원장 체제에서 시작된 경제발전의 가능성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 지난 2015~2016년 북의 경제 성장 과정은 상업화 단계 초기에서 중기로 진입하는 좋은 기회였다. 이후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핵 문제로 놓쳤다고 본다. 이 때문에 핵 문제를 해결하면 중요한 경제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다. 북한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이 함께 ‘윈-윈’(win-win)하는 전략을 의미하는 것인가.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과거 제국주의처럼 한 나라가 한 나라의 희생을 딛고 성장하는 시절은 지났다. 한 나라의 성장을 주변나라가 돕는 베트남과 아세안의 모델이나 유럽 모델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을 둘러싼 주변 국가들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한, 중국·일본·러시아·미국 등 모두에게 좋은 과정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임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멋진 민족임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 내부 정세를 어떻게 판단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정풍운동’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경제 제도와 경제 노선변화 과정을 주목해 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시대로 들어와 시장을 부분적으로 나마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또 기존 상업·농업·기업·경제관광특구 등의 개혁 요소들이 존속되고 있어 과거식 사회주의로 완전히 회귀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 내부 질서를 위해 정치적인 통제가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모든 부분에서 고전적으로 회귀한다고 해석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본인만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가.
▶지금은 상당히 안착된 과정에서 자기 계획을 가져가고 있을 것이다. 지난 10년 집권 기간동안 나름의 성과가 있었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외적인 문제를 풀어 경제적인 도약을 추구했을 것이다. 그런데 핵문제로 잘 안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이와 관련 재정비를 하는 시기로 본다.

-북한이 올해 초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 통일과 관련 ‘투 코리아’(Two-Korea) 전략을 구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한 인민의 투쟁을 지지’의 언급이 빠진 부분은 대남관계에 있어 적대적인 상황을 완화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두고 ‘남조선 혁명’에 대한 포기이자, 북한의 ‘투 코리아’ 경향성이 강화됐다고 보기에는 과하다. 북한도 평화통일과 관련한 부분은 분명히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통일 문제를 당면한 과제라기 보다 장기적 과제로 설정하는 듯하다. 우리 정부도 통일을 장기적인 과제로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이 이번 당 규약에서 ‘민족의 공동번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우리 정부와 유사한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잘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꼭 해내고 싶은 일은 꼽아달라.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 만큼은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남북관계가 개선되길 바란다. 작은교역(물물교환)도 추후 더 큰 협력으로 이어지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창의적인 해법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또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하면서 생긴 상처를 넘어서기 위해 연락채널을 복원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화가 재개되고 민간차원의 교류가 시작되는 과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결과가 결실을 맺어 당국자 간에 회담이 시작된다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불가역적인 과정으로 일궈내고 싶다. 그 과정을 지금 만들지 않으면 10년, 또는 50년 뒤 쯤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1년을 잘못 보내면서 제2의 얄타체제를 만들 수도 있어, 평화로 가는 과정을 잘 다져야 할 것이다. 이 역사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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