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탈당 권유’ 후폭풍… 의원 반발-당내 비판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9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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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당 지도부는 이번에 큰 실수한 거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합당한 조치가 없으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

‘12명 탈당 권유’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꺼내든 더불어민주당 내에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탈당 대상인 의원들이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당 지도부도 이들의 탈당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의혹을 해명하고 당으로 돌아와달라”며 설득에 나선 지도부와 “탈당 권유를 철회하라”는 의원들 사이 당분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예상보다 강경한 조치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은 피했지만 이제 출범 한 달째인 신임 당 지도부로선 당 내 분열이라는 새로운 리스크와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 지도부 항의 방문 등 각개 전투

탈당 권유를 받은 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억울함을 호소하며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한정 의원은 “당 지도부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고 한다. 당 지도부도 솔직히 내용 파악을 못했을 것”이라며 조사 과정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권익위 조사단이 현장에 한번이라도 가봤는지를 밝혀야 된다”며 “정치적인 기소를 당했는데 공소장도 없고 진술조사도 없다. 권익위 조사단을 조사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회재 의원도 이날 오전 송영길 대표를 찾아가 “명백히 잘못된 사실을 전제로 내린 조치이므로 탈당 권유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방침에 따라 정해진 시기에 성실하게 아파트를 매각한 사람으로서 상을 받아야지 탈당 권유가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다. 아파트 매매 시 매수자에게 잔금을 받은 일자와 소유권 이전 등기 일자가 맞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의원은 이날 매매대금 잔금 납입 통장 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역시 “부실한 조사로 수사를 의뢰한 국민권익위원회에 수사의뢰 철회와 사과를 요구한다”며 “합당한 조치가 없을 시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오영훈 의원은 국가수사본부를 찾아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 서류를 제출했다.

● 종부세 등 부동산 정책도 미궁으로

해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과 당내 비판에 당 지도부도 고심에 빠졌다. 탈당을 권유할 수 있을 뿐 강제할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징계는 당 윤리심판원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내용에 대해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징계위원회를 통한 제명 조치까지 언급했다가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병도 원내수석은 KBS라디오에서 “탈당을 안 하겠다고 하면 당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제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아직 그런(징계위 개최) 논의는 안했다”며 “해당 의원들을 충분히 설득하겠다”고 일축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억울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국민들께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으려는 당의 고육지책이라고 이해해달라”며 “성실히 수사에 임해서 모든 의혹이 해소되는 날 다시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문제에 연루되지 않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당 지도부가 주요 사안에 대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11일 정책 의원총회를 거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논의에 종지부를 찍으려던 지도부로서도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날 의총에선 송 대표가 그 동안 강하게 밀어붙여 온 종부세 ‘상위 2%’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번 탈당 권유 사태와 맞물려 종부세 논란에 대한 당내 반발이 의총에서 표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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