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범죄 파문]
여중사, 당시 운전 하사에게 확보… 조사때 ‘가해자 회유 문자’ 진술도
국선변호사에 “수사 지연” 호소, 부실수사 속 2차 가해 시달려
합수단, 제식구 감싸기 논란 일자… 뒤늦게 공군본부 검찰 압수수색
공군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가 성추행이 벌어진 차량의 블랙박스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피해자 조사 13일 뒤에야 이를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추행 정황이 담긴 핵심 증거물에 대한 초동수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이 중사는 가해자인 장모 중사에 대한 군의 조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국선변호사에게 수차례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성추행 핵심 증거물 사실상 방치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중사는 3월 5일 피해자 조사를 받기 전 성추행 사건(3월 2일)이 벌어졌던 차량 운전자 A 하사로부터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직접 건네받았다. 이후 피해자 조사 때 “차량 블랙박스를 갖고 있다”고 공군본부 군사경찰 소속 B 상사에게 말했다. 이 중사는 당시 차량에서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성추행 피해를 당했는지 수사관에게 상세히 진술했다. 또 이 중사는 사건 발생 직후 장 중사가 회유하기 위해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20비행단 군사경찰이 이 중사에게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전달받은 건 이 중사를 조사한 뒤 13일이 지난 3월 18일이었다.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핵심 증거물의 존재를 사건 초기에 파악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것이다. 증거물 확보가 늦어진 이 시기 이 중사는 장 중사와 부대 상관들의 회유, 협박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다. 군 합동수사단은 최근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공군본부 군사경찰 수사관들의 이 같은 부실 수사 정황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통상 조사를 받기 전 국선변호사를 선임한다. 하지만 이 중사는 조사 당일에야 군사경찰로부터 국선변호사 신청서를 전달받았다. 당시 이 중사는 20비행단 소속 성고충상담관과 동행해 조사를 받았다. 20비행단 군사경찰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8일에야 이 중사가 작성한 국선변호사 선임 신청서를 공군본부에 전달했고 국선변호사 C 씨는 9일 선임됐다. 이 중사는 가해자 조사가 계속 지연되는 것에 대해 C 씨에게 여러 차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제 식구 감싸기’ 논란 일자 ‘늑장 압수수색’
국방부 검찰단 등 합동수사단은 9일 20비행단 군검찰과 공군본부 군검찰, 공군본부 법무실 내 인권나래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사건이 합동수사단에 이관된 지 9일 만에 군검찰에 대한 첫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 압수수색이 늦어지면서 국방부 검찰단에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일자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 직전 압수수색을 시작해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20비행단 군검찰은 4월 7일 성추행 사건을 송치받은 뒤 50여 일 동안 가해자 조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장 중사에 대한 첫 조사가 이뤄진 건 이 중사 사망 열흘 뒤(지난달 31일)였다. 게다가 이 중사 사망 사건이 논란이 되자 20비행단 군검찰은 피의자를 조사하기도 전에 황급히 이달 첫째 주초 장 중사를 기소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합동수사단이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 C 씨의 직무유기, 피해자 신상정보 유출 여부에 대한 증거 확보에 나서면서 수사의 칼날이 공군본부 법무실로도 향하고 있다. 앞서 이 중사 유족 측은 국선변호사 C 씨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되기 전까지 한 차례도 면담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인의 신상을 외부로 누설했다며 7일 합동수사단에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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