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친정권 성향 인사들로 국가교육위를 만들어 ‘알박기’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교육계에선 “국가교육위는 설립 단계부터 정당성을 잃게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 “수십 년 숙의” vs “친정권 인사 알박기”
국회 교육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3일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이 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회의에서도 비용추계도 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6명)은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의 중·장기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국가교육위가 대학입시, 교원 수급, 학급당 학생 수 등을 포함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하면,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적극 이행해야 한다. 교육정책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
이날 통과된 법률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 위원 21명 중 5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9명(비교섭단체 1명 포함)은 국회가 추천한다. 정치권 몫이 14명이나 되는 것. 여기에 교육부 차관, 교육감협의회 대표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시도지사협의체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교원단체가 추천한다. 특히 민주당은 의석수에 따라 국회 추천 위원 수를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위원의 절반 이상이 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은 자기 임기가 다 끝날 동안 기존 교육부를 실컷 활용해놓고, 임기 끝날 때 되니까 이제 와서 국가교육위를 만든다고 한다”며 “(친)정권 성향 인사들로 사람을 채울 수 있는 법을 밀어붙여서 다음 세대, 다음 정권의 교육정책을 ‘알박기’하려는 법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간사인 박찬대 의원은 “김영삼 정부 당시 논의가 시작된 이래 수십 년간 숙의가 이뤄져 왔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안건조정위를 거치며) 국회 추천 비중을 높이고 다양한 주체가 고르게 추천하도록 하는 등 특정 직능의 쏠림 방지 규정을 마련했다”고 반박했다.
○ 교총 “설립 단계부터 정당성 잃어”
교원단체도 반대에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국가교육위를 만들자는 당초 정신은 실종됐다”면서 “친여 성격의 위원회 설립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국가교육위는 설립 단계부터 그 정당성을 잃게 됐다”고 반발했다. 이어 “법안 처리는 20여 년 전부터 정치와 선거에 휘둘리는 우리 교육의 고질적 폐해를 극복하자며 사회 각계가 염원해 온 것에 대한 역주행”이라고 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인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여야가) 합의해서 이뤄졌으면 좋겠지만 정권 초부터 (야당이) 협의에 응하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며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치며 여당과 야당이 접점을 찾아 국가교육위 설립의 정당성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는 현 정부에서 5년 시한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설치됐으며, 국가교육위가 설치된 뒤 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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