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가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 2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추도사에서 “한반도 평화의 열차가 다시 힘차게 내달릴 수 있도록 남북을 잇고
북-미관계를 좁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일종의 ‘발탁 은혜’를 입었는데 이를 배신하고 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고 10일 직격탄을 날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수사 대상으로 올린 사실이 이날 알려진 가운데 윤 전 총장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덧씌우고 나선 것. 당 지도부가 ‘윤석열 공세’에 화력을 집중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따른 당내 탈당 논란을 잠재우고 차기 대선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드디어 정권의 공수처 집착증의 큰 그림이 드러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 측은 “공수처 고발 건에 대해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맞대응을 자제했다.
○ 與, 尹 향해 총공세
송 대표는 10일 C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은 사법연수원 23기로 문무일 전 총장이 18기였는데 5기를 떼서 파격적으로 승진이 됐다”며 “이회창 씨의 경우 김영삼(YS) 정부에서 감사원장, 총리로 발탁됐지만 YS를 배신하고 나와 대통령이 되려다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종국에는 집권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이 최근 공개 행보는 이어가면서도 공식 대선 출마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점도 지적하며 본격적인 등판을 촉구했다. 송 대표는 “대통령 하시겠다고 알려진 분이 계속 친구를 통해 간접화법으로 메시지를 흘리고, 과외 공부하듯 돌아다니는 것은 국민 보기에 적절치 않다”며 “정치, 경제, 안보, 문화 등 이런 분야에 과연 대통령으로서 자질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를 검증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등판 시점에 대해선 “국민에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보험 상품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팔면 사기죄로, 나중에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험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이날 KBS 인터뷰에서 “권력기관 수장 (출신)이 바로 정치에 뛰어들면 검찰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내부에 그런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좀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공수처의 윤 전 총장 수사 착수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독립적으로 잘 판단할 것”(고용진 수석대변인)이라는 짤막한 입장만 내놨다. 하지만 개별 의원들은 “용두사미일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지켜보겠다”(김용민 최고위원), “우리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사법체계를 보고 싶다”(이동학 최고위원) 등 잇따라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아직은 자연인이지만 당에선 공식 출마 선언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10원 한 장’ 등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논란성 발언들이 이미 많다”고 했다.
○ 尹 측 “대응 안 한다, 본격 캠프 채비”
공수처는 4일 한 시민단체의 고발이 접수됨에 따라 윤 전 총장 등을 입건했다. 이 시민단체는 윤 전 총장과 검사 2명에 대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관련 수사 의뢰 사건을 부실 수사한 의혹이 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고발 내용에는 윤 전 총장 등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관련 위증 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1호 수사 사건’ 하나 선정하는 데에도 석 달 넘게 걸렸던 공수처가, 여당 대표가 ‘문 대통령의 은혜를 배신한 자’라고 비판하자마자 수사에 나선다니 묘하기 그지없다”며 “국민과 역사는 똑똑히 지켜보며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공수처 수사 착수와 여권의 파상공세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다만 “친구를 통해 간접화법으로 메시지를 흘린다”는 발언에 대해 이철우 연세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사퇴로 검찰 지도부에 공백이 생겼던 만큼 정치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고민 끝에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라며 “그것을 ‘친구 간접화법이다’라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윤 전 총장과 유년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온 인사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국민·언론 메시지를 담당할 대변인에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내정했다. 이 대변인도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의 발언들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이 공보담당자를 뽑는 등 캠프 구성을 본격화하면서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공식 등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뽑히는 11일을 기점으로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도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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