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보수에 대한 기대가 이준석(36)의 승리로 이어졌다. 11일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후보가 최종 득표율 43.82%를 얻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날 오후 내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TV 화면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보수정당 사상 첫 30대 당수가 나온 것이다.
“이때까지 나경원이는 많이 해 먹었고!”
“인자는 젊은 사람이 해먹을 때가 됐지.”
경남 창원시 성산구 남양동에 위치한 음지경로당에선 젊은 당 대표 선출 소식을 놓고 이모씨(80대·여)와 강모씨(70대·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모씨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보다 똑똑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태규 대한노인회 창원지회장(80)은 “오히려 젊은 세대가 당 대표가 되어서 좋다고 본다”며 “과거에 잘못된 점들을 개혁하기 좋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도서관 앞에서 만난 대학생 윤지선씨(24·여)는 “나와 같은 청년이 당 대표가 됐다는 사실이 신기하다”며 “이준석 당 대표가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청년이니 이전 세대 정치인보다는 ‘청년 정책’에 관심을 쏟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0대)는 다른 생각을 내놨다. 이씨는 “이준석 당 대표가 공정한 경쟁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지만, 능력만능주의라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해야 하는데 대한민국 전체가 경쟁 체제로 가는 게 옳은 건가 싶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반페미니즘 정서’로 당선된 점을 상기시켰다. 이씨는 “여성들과의 사회적 경쟁에서 진 MZ세대 남성들이 게임판 자체를 불공정하다고 보고 분노하고 있다”며 “이를 잘 포착하고 대변해주니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여성들에게 좋지는 않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청년 정치인의 유리천장을 깬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이 대표가 청년 정치의 또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경남 지역 청년 정치인 신상훈 경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의 말이다. 신 의원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며 “더불어민주당도 청년 정치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태화 창원시의원(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 획기적으로 바뀌려면 2030세대의 생각을 가져와야 한다고 본 것 같다”며 “이 분위기를 바꿔야만 보수가 살아남는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했다”고 풀이했다.
A경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예상하긴 했지만 막상 이 대표가 선출되니 우리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우리에게 보수적인 이미지가 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금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홍준표 의원의 복당을 예고한 점을 눈 여겨봐야 한다. 홍 의원은 과거 경남도지사를 지낸 만큼 지역 내 지지 기반이 공고한 편이다.
이날 홍 의원도 SNS를 통해 대표 선출을 축하했다. 홍 의원은 “모두 하나 되어 비정상 국가를 정상 국가로 만드는 데 노력해 달라”며 “(이 대표가) 정권교체의 선봉장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B서부경남지역 의원(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홍준표, 김종인, 김무성, 유승민 등을 다시 국민의힘으로 불러 들여와 당을 흔들 거란 말까지 나온다”며 “게다가 아직까지 젊은 사람이 당 대표를 맡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는 당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이 대표를 김종인 키즈로만 보는 사람들이 있고, 한 번 탈당을 하고 돌아온 만큼 당원들 사이에서 불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역 정가 분위기는 겉으로는 ‘환영’으로 읽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려’가 남는다. 국민의힘의 경우 이 대표가 가져올 변화의 바람이 당내 분란까지 야기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도 국민의힘은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해 이 대표를 선택했다.
위기감은 이제 더불어민주당의 몫이 됐다. 새로운 이미지를 내세우지 않으면 ‘여당’의 보수적인 이미지가 그대로 남는다.
여러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준석 돌풍이 세대를 가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이’에 대한 편견보다 새로운 보수가 정치판을 바꿔줬으면 하는 열망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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