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재료론’에 ‘너를 위해’ 얹었다…‘36세’ 당 대표의 연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1일 17시 49분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청년다움, 중진다움, 때로는 당대표다움을 강요하며 소중한 개성들을 갈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는 11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비빔밥 재료론’과 ‘관성타파론’을 꺼내들며 개성과 파격, 그리고 다양성의 힘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비빔밥의 재료를 모두 갈아서 밥 위에 얹어줘 먹는 느낌은 생각하기도 싫다”며 “비빔밥의 고명을 갈아버리지 않으려면 ‘다움’에 대한 강박관념을 벗어던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유유서(長幼有序)와 선수(選數)의 틀에 매어있는 기존 여의도 문법을 극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 “지방선거 공천, 자격시험 치르겠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른 후보가 용광로론을 언급했지만 미국과 같은 다원화 사회에서는 다양한 사람이 샐러드 보울에 담긴 각종 채소처럼 고유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라는 의미에서 샐러드 보울 이론으로 바뀌었다”고 운을 뗏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공존”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고정관념 속에 하나의 표상을 만들고 그것을 따를 것을 강요하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도 했다.

바른정당 탈당파인 이 대표로선 보수진영 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친박(친박근혜) 세력과 이 대표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63%에 이르는 당원들에게 공존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정치문법을 따르지 않고 ‘각자의 개성이 살아 있는 화학적 결합’을 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 이어 “2021년과 2022년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다수에 의한 독재, 견제받지 않는 위선이라는 야만으로 변질시킨 사람들을 심판한 해로 기억할 것”이라며 현 정부를 계파를 떠난 ‘공동의 적’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대변인단 공개경쟁선발’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등 파격적 혁신안을 바로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5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연줄을 쌓으려 줄을 서는 사람은 없다”며 “누가 선발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역설적으로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확신을 줄 것”이라고 대변인단 경쟁선발 취지를 설명했다. 또 “훈련된 당원들이 선거에 나가게 하는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끌 내년 지방선거부터 공천 시스템 자체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5선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년 대선은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많이 변하느냐의 싸움이다. 실로 오랜만에 혁신의 순간을 맞았다”고 썼다.

● 임재범 노래 가사 차용 연설문도 파격
이날 이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가수 임재범 씨가 2000년 발표한 노래 ‘너를 위해’의 가사를 빌려 당 화합에 대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변화 시도 자체가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내년 대선은 2030세대의 표심이 승부처가 될 수 있다”며 “지역과 이념을 넘어서 2030세대를 겨냥한 정책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대선과 지방선거를 주도하거나 거대한 당 조직을 운영해본 적 없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건에서 이 대표와 친박 성향 김재원 최고위원, 홍준표계 배현진 최고위원 등과의 충돌이 있을 수 있고, 기존 당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수 개월 내에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1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발탁해 정계에 입문했다. 카이스트를 중퇴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 경제학을 복수전공했고, 비대위원 발탁 당시엔 국내에 들어와 벤처기업을 창업한 직후였다. 2016년 20대 총선, 2018년 재보궐 선거, 지난해 21대 총선 등 3차례 모두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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