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층은 기존 정치문법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전면적 변화를 선택했다. 11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36세의 원내 경험이 전혀 없는 ‘0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헌정사에서 집권여당이나 제1야당에서 30대 당 대표가 뽑힌 것은 처음이다. 차기 대선을 9개월 앞두고 제1야당에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한국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 신임 대표는 국민 여론조사(30%)와 당원투표(70%) 결과를 합쳐 43.8%(9만3392표)를 얻어 2위 나경원 전 의원(7만9151표, 37.1%)을 6.7%포인트 차로 제쳤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58.8%를 얻어 나 전 의원(28.3%)을 압도한 이 대표는 보수 성향 영남권 표가 다수인 당원투표에서도 37.4%를 얻어 나 전 의원(40.9%)에 근접했다. 불과 2년 4개월 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대표를 선택했던 당심이 민심의 변화에 따라 확 뒤집어진 것. 직전 당 수장인 81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교하면 무려 45세가 젊어졌다.
이런 보수 지지층의 변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지방선거, 다시 총선에서 연전연패하며 외면받던 국민의힘에 당원들과 국민들이 “젊은 세대가 전면에서 당을 확 바꿔보라”며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이었던 2030세대의 분노와 표심 변화가 4·7 재·보궐선거의 판세를 바꾼 것도 ‘보수 진화’의 큰 요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60대 영남 중심의 국민의힘 당원들도 2030 표심의 향방에 따라 내년 대선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며 “그런 변화에 대한 열망이 ‘40대 기수론’을 넘어서는 ‘30대 기수’를 탄생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김병민 전 비대위원(39)은 “과거 정치문법인 선수(選數)나 관행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 정치권을 바꾸라는 국민들의 명령이 투영된 결과이며 여야 통틀어 세대교체 바람이 일 것”이라고 정치권 전체에 대한 충격파도 예상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부터 “청년다움, 중진다움, 때로는 당 대표다움을 강요하면서 우리 사회의 (비빔밥 재료인) 달걀과 시금치, 고사리 같은 소중한 개성들을 갈아버리지 말자”면서 ‘기존 정치문법 거부’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지상 과제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며 다양한 대선 주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전화해 “아주 큰 일을 하셨다.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고 축하 인사를 했다.
이날 함께 열린 최고위원 선거에선 조수진(49) 배현진(38) 김재원(57) 정미경(56) 최고위원(득표순)과 31세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이 당선됐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이 대표와 함께 새 당 지도부의 평균 연령은 44.5세로 ‘청년 지도부’가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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