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역사상 첫 30대 당 대표 타이틀을 거머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나이 뿐 아니라 당선 직후 행보에서도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당선을 기점으로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기존 여의도 정가에서 나타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 계속 펼쳐지면서 국민의힘이 그야말로 혁신의 기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취임 2주차를 맞은 이준석 대표 체제의 키워드는 여성과 실용·공존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보수정당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 최고위원들과 함께 지도부를 꾸리게 됐다.
이 대표는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중 3명이 여성인 데 더해, 자신이 염두에 뒀던 지명직 최고위원 1명 여성 전문가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수석대변인에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을 내정해 지도부의 70%가량이 여성으로 채워질 가능성을 높였다.
물론 이 대표도 최고위원 선거에서 여성이 3명(배현진·정미경·조수진)이나 선출될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등 이런 그림이 의도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과정에서 여성 공천할당제 폐지 공약으로 ‘반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였던 이 대표로서는 호재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내정자도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지도부에 여성이 많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이 대표가 반페미니즘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성급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날(13일)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국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백팩에 노타이 정장 차림을 한 이 대표는 따릉이를 본청 앞 거치대에 세운 뒤 국회에 들어섰다.
평소 애용하던 따릉이를 당 대표가 돼서도 똑같이 이용하겠다는 의지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대표에게 제공하는 관용차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필요한 격식은 차리되 형식보다는 실용에 더 높은 가치를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겉치레보다는 효용을 중시한다”며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를 만나는 자리 등이 아니라면 대중교통·따릉이 이용은 계속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대면한 곳도 두 대표가 살고 있는 노원구 소재 한 카페였다. 두 정당의 대표가 당선 후 처음으로 대면하는데 칸막이가 있는 음식점이 아니라 동네 카페였다는 점도 기존 정치에서는 생경한 지점이다.
하지만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제1야당을 이끌 중차대한 임무를 짊어진 만큼 이 대표가 가장 크게 역점을 두고 있는 가치는 무엇보다도 ‘공존’이다.
‘30대 0선’ 대표의 당선은 국민의힘의 쇄신과 혁신을 상징하지만 이는 이 대표 체제의 거창한 첫 발일 뿐, 궁극적인 목표인 정권교체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이 대표가 차기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 중책을 맡길 대상으로 당내 중진 의원들 중에서 물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내정자는 “젊은 청년 이준석 대표가 제대로 대선을 치르고 당을 추스려 나가려면 중진 의원들의 연륜과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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