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14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이달 내 전국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당초 정부 목표보다 더 많은 1400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김 총리는 행정안전부 장관 경험을 되살려 직접 현장을 찾으며 일상회복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현장 총리’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지난달 14일 취임 첫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자격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직접 접종받는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백신 안전성과 효과를 홍보했다. 이후 국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도 추진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1차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직계가족 모임 인원제한을 완화하기 시작했고 다음 달부터는 공원과 등산로 등 야외에서는 ‘노마스크’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오랫동안 고국을 찾지 못한 교민이나 유학생 등을 위해 다음 달부터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받은 경우 입국시 격리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인센티브 외에도 잔여백신을 활용하기 위해 모바일 앱을 통한 예약방식을 도입하고 미군으로부터 제공받은 얀센 백신 100만명분 가운데 일부를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지역을 위해 할당했다.
이같은 정부 노력에 힘입어 이날 0시 기준 전국민 1차 접종자는 1183만명, 접종률은 23%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한지 108일만이다. 정부는 당초 6월 말까지 1300만명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1차 접종률은 약 1400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리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들의 백신에 대한 의구심이 이제야 조금 해소된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정부는 국민 여러분의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백신 접종자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벽을 낮추면서도 김 총리는 아직 일평균 500명대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만큼 코로나19 방역의 끈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총리는 비서실에 “코로나 방역 현장 일정을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잡아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김 총리는 수도권 중학교와 전문계고를 대상으로 한 등교 확대에 발맞춰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신목중학교를 찾아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교직원들을 격려했다.
일상 회복을 향한 김 총리의 현장 행보는 재계와의 폭넓은 소통으로도 이어졌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한국판 뉴딜’ 사업과 일자리 창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표에서다.
김 총리는 지난 3일 경제5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7일 ‘2021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9일 ‘바이오코리아(BIO KOREA)’ 개막식, 10일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 규제개선 간담회, 11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전체회의와 부산엑스포 유치 재계 간담회 등에 연달아 참석하며 다양한 주제로 국내 여러 기업들과 대면했다.
김 총리는 7일 중소기업인대회에서 “대한민국의 민생경제가 제자리를 찾고 코로나 상황에서 더 심각해진 양극화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힘을 내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중소기업 하기 좋은 나라,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을 언급하며 “우리 경제의 DNA라고 불리는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산업, 그리고 빅3라고 불리는 바이오헬스·미래자동차·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의 발자취는 1일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부터 4일 ‘바다의 날’을 기념해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까지 전국 곳곳을 가리지 않았다. 이러한 행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인 ‘2050 탄소중립’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연구를 위한 산학협력과 친환경 선박 및 해양플랜트 산업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방문이었다.
한편 광주에서 지난 9일 건물 붕괴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김 총리는 바로 소방청과 행정안전부에 매몰자 구조 지시를 내리고 다음날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조문하기도 했다. 당시 6·10 민주항쟁과 만세운동 기념일이라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었음에도 시간을 ‘쪼개서라도’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총리의 이런 돌발 결정은 지난 2018년 포항 지진 당시 행안부 장관을 지내며 당국의 신속한 대처가 재난 상황에서 갖는 중요성을 체감했던 경험에 기인한다. 김 총리는 광주 건물붕괴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참으로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정부 임기 말 총리로서 가장 큰 과제인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김 총리는 부동산 투기는 엄정하게 조사·수사하는 한편 세금과 주택 공급은 철저히 실수요자 중심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지만 수사와 당정 협의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김 총리는 직접 나서서 부동산 투기 조사·수사 중간 결과 908억원 상당의 부동산 투기이익을 몰수·추징 보전조치 하고 공직자 9명 등 34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중간 발표일 뿐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번 조사의 시발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 역시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의 불신을 온전히 씻어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부동산 세제에 있어 정부의 ‘일관된 기조 유지’ 입장이 당이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양도세 완화와 부딪치면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주택자 상위 2% 종부세 부과 방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정부와 일부 당내 반대에 당정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부겸 총리는 과세이연제도 등을 통해 장기 1주택자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일관된 입장을 뚝심 있게 밀고 간다는 사인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종부세 인하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