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피해자 진술조서엔 피의자 장모 중사의 계획적이고 심각한 수준의 성추행 정황과 이를 겪었던 이 중사의 정신적인 고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건발생 사흘 뒤인 3월 5일 이 중사는 2시간 40분간의 피해자 조사과정에서 수차례 울음을 터트리며 성추행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이 중사 피해자 진술조서에 따르면 3월 2일 오후 A 하사가 운전하던 차량 안에서 이뤄진 장 중사의 성추행은 그날 함께 음주를 했던 인원 모두가 탑승한 가운데서도 이뤄졌다. 차량 뒷좌석에 노모 상사가 장 중사 오른편에 앉아있는 가운데 성추행이 시작됐다는 것. 노 상사는 12일 이 중사에게 회유 등 2차 가해를 했다는 혐의(강요미수)로 구속된 인물이다.
이 중사는 장 중사의 성추행이 처음 이뤄진 상황을 설명하면서 “진짜 불편하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저는 평소 일을 할 때도 티를 내지 않고 참는 성격이다. 그때 왜 뿌리치지 못했는지 제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고 토로했다.
이후 노 상사의 지인(민간인)과 노 상사가 차례로 차량에서 내린 뒤 장 중사의 성추행은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장 중사는 성추행하는 동안에도 운전자였던 A 하사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이 중사가 술에 많이 취했다는 식으로 그에게 “정신 차려”라는 말을 10차례나 반복했다. 이 중사는 “속으로 ‘군대, 이 상황이 더럽지만 참는다. 군대니까 누구한테 이야기 안하고 참고 오늘 해프닝으로 넘기자’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 중사는 울먹이며 “그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거북하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 중사는 울음을 터트리며 3분가량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중사는 3월 2일 오후 11시부터 30여분 간 성추행을 당한 뒤 차량에서 하차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장 중사는 이 중사에게 무릎을 꿇는 등 “미안하다”고 말하며 계속 뒤따라왔다고 한다. 진술조서엔 장 중사가 숙소로 들어간 이 중사에게 “마지막으로 할말이 있다”며 다시 불러낸 뒤 억지로 이 중사 차량 안에서 또다시 포옹을 하자는 등 성추행을 지속한 정황도 담겼다.
이 중사는 성추행 당시 심경을 묻는 수사관 질문에 “(장 중사는) 평소 무서운 선임이다. (성추행을) 거부하면 협박, 폭행이 있을 것 같고 너무 무서웠다. 일단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해야지 몸 성하게 숙소로 들어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성적으로 너무 수치심이 들고 기분이 더럽고 화가 났다”고 답했다. 사건 직후부터 불안증세와 불면증으로 고통받아온 이 중사는 급성 스트레스 등 병원 진단서를 조사당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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