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日, 독도훈련 트집 약식회담 일방 취소”… 日 “사실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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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서 회담 무산 놓고 진실 공방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예상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간 약식 회담이 불발되자 정부가 14일 “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해 놓고 일본 측이 독도방어훈련을 이유로 돌연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발하면서 회담 불발 원인을 둘러싸고 한일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오히려 관계가 꼬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정상회담 불발 배경 놓고 한일 공방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한일 양국 실무진은 G7 정상회의 기간에 약식 정상회담을 한다는 원칙에 공감한 상태였다”며 “하지만 일본 측이 독도방어훈련인 ‘동해영토수호훈련’ 실시에 항의한다며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해마다 하는 훈련을 이유로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 결례일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독도방어훈련은 매년 상·하반기에 실시하는 정례 훈련이다. 군 당국은 일본 측의 항의에도 올해 예년 수준의 훈련을 15일부터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한) 사실은 전혀 없다. 사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보도를 한 것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며 “즉시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의) 스케줄 때문에 일한(한일) 정상회담이 실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토 대변인은 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도 “극히 유감”이라며 “11일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고 했다.

회담 불발에 대한 정부의 언급을 부인한 일본 측의 주장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더 밝힐 게 없다”고 했다.

○ 日 총리 “과거사 해법 없이 정상회담 안 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스가 총리에게 직접 전달해 한일 관계 복원의 물꼬를 틀 계획이었다. 다음 달 말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정상 차원에서 관계 개선의 기회를 마련하면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정식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열어 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G7 계기 약식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은 물론이고 회담 무산 이유를 두고서도 한일 정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스가 총리가 한일 회담을 거부한 것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정상회담과 연계해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 성격으로 풀이된다. 지지율이 떨어진 스가 총리가 한국 때리기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NHK 등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13일 일본 기자들이 ‘문 대통령과 정식 정상회담’에 대해 묻자 “노동자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측 움직임으로 일한(한일) 관계는 극히 엄중한 상태다. 한국 국내에서 확실하게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이 방향성을 보일 때까지 회담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본적 생각은 그렇다.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점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대 국제협력연구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있는 스가 총리는 자민당 내 보수파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한일 관계 개선보다 국내 정치를 우선시한 결과 정상회담이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도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박효목 기자
#영국 콘월#일본#독도훈련 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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