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사 이어 조직 혁신 나서… 자체 앱 만들거나 기존 SNS 활용
‘공룡’ 중앙당 대대적 변화 예고… 조직 슬림화로 비용 절감도 기대
“이분법적 논리 확산 경계를” 지적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중앙당과 시도당 등 ‘공룡조직’ 중심의 국민의힘을 ‘디지털 정당’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3무(無·캠프 사무실, 차량, 문자메시지) 운동을 통한 선거 혁신, 공직후보자 자격시험과 토론 배틀을 통한 인사 혁신에 이어 정당 혁신으로 보수정당 내부에 ‘혁신 DNA(유전자)’를 확실히 심겠다는 의도다.
○ 선거, 인사에 이어 당 운영-조직까지 혁신
이 대표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당 사상 초유의 디지털 정당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당의 소통 채널부터 디지털로 구축하는 작업을 먼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로 확인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정치 참여 열망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정당의 운영 시스템과 조직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바꾸려면 디지털 정당은 필수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우선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디지털 개편 대상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현재 중앙당, 시도당, 지역 당원협의회 등 중앙집권적 조직을 갖추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당의 지시 하달과 조직 동원 등엔 효율적이지만,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중앙당이 받아들여 검토하는 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중앙당 중심의 한국의 정당은 1960년대 JP(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만든 모델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나고 있다”면서 “대통령제를 하면서도 당 대표라는 개념도 없는 미국식 정당 체제는 생각을 안 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디지털 정당화를 통해 당 지도부와 실시간 의사소통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조직 슬림화, 비용 절감 등이 동시에 가능해진다”고 예상했다.
디지털 정당이 구축되면 국민과의 소통 방식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체육관 전당대회, 당원 간담회 같은 오프라인 창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당 안팎의 소통도 축소되고 있는 형편이다. 김병민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은 “당 차원의 시스템이 없다 보니 비대면 간담회를 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많다”며 “유기적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디지털 채널이 급선무”라고 제안했다.
당내에선 당 자체의 스마트폰 앱 등의 소통 플랫폼을 만들거나 카카오톡 등 기존 플랫폼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특히 이 대표가 빅데이터 분석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그동안 유권자들과 소통해온 방식이 모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빅데이터 키워드 분석을 통해 이슈를 파악하고, 이를 정치적 어젠다로 구체화한 뒤 SNS, 지상파 방송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공론화시켰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실시간 소통과 피드백이 가능해지면서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얘기다.
○ “외부 프로그래머와 협업”
물론 당내엔 “이준석식 소통은 하버드대 컴퓨터과학과를 나온 이준석이기에 가능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자신이 평소 알고 지내왔던 프로그래머를 자원봉사 형식으로 참여시켜 디지털 정당의 기초 설계와 대중화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디지털 정당화가 시대 변화에 맞는 방식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분법적인 논리가 횡행하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15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이 대표는 이날 조선일보 데일리 팟캐스트 모닝라이브에서 ‘36세에 미혼이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자친구 있나’라는 질문에 “있다. 유명인은 아니다”라면서 “사생활 문제는 앞으로 답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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