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수석 최고위원이 차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더 높이자는 내용의 당헌 일부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 친문(친문재인) 성향 지지층 비중이 높은 권리당원의 목소리를 지금보다 더 키우자는 주장이다. 송영길 대표 등 신임 민주당 지도부가 연일 ‘쇄신’을 외치며 “당심보다 민심을 따르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친문 강경파들은 ‘문파’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더 힘을 싣고 나선 것.
16일 여권에 따르면 김 최고위원은 최근 권리당원의 유효투표 반영비율을 현행 40%에서 60%로 높이고, 대의원 비율을 45%에서 25%로 줄이는 내용의 당헌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그는 제안 이유에서 “당의 진정한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중요한 결정이나 당 지도부 구성에서 사실상 소외됐거나 상대적으로 역할이 축소돼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며 “따라서 당 대표, 최고위원 예비경선 등 지도부를 뽑는 과정과 지방의회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권리당원 의견을 제대로 묻지 않고 있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당 지도부가 ‘조국 사태’와 ‘부동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등을 사과하며 ‘문파’로 불리는 강경 지지층과 거리를 두는 것과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송 대표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의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 결정적 이유는 당내 민주주의와 소통의 부족 때문이었다”며 “특정 세력에 주눅 들거나 자기검열에 빠지는 순간, 민주당은 민심과 유리되기 시작한다”고 했다. 사실상 친문 강경 지지층에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이달 초 ‘조국 사태’ 사과로 강성 지지층으로 탄핵 요구까지 받은 송 대표는 이날도 “조국의 시간을 국민의 시간으로 전환시켰다”며 다시 한 번 ‘조국 사태’와 선을 그었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달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에서 압도적 1등을 차지했고, 이를 기반으로 최고 득표율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김 최고위원은 대의원 투표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김 최고위원은 선거 직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대의원 투표는, 당 내에서 세력을 갖고 있다거나 당내 인지도, 활동 내역 등이 많이 반영된다”며 “나는 초선이고 사실 당 내에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점이 반영돼 대의원 투표에서 꼴찌를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계파 정치나 세력 정치를 없애자는 취지로 대의원 투표 비중을 낮추자는 것이라면 동의하겠지만, 일반 당원이나 국민이 아닌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더 높이겠다는 건 결국 자신을 만든 ‘인기 영합주의’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심과 결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김 최고위원 등의 움직임은 결국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