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대대장이 자신에게 경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속 부대 병사를 징계위원회에 넘기고, 먼지털이식 징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로 불러 외부에 제보하지 말라며 “어길 시에는 형사 처벌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16일 “육군 제21사단 제31여단 제1대대장이 소속 부대 A병사를 징계하기 위해 상식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는 사실을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병사는 지난 4월 24일 단체 이동 중 대대장을 만났고, 따로 대대장에게 경례하지 않았다. 이는 단체 이동 중에는 최선임자만 경례를 하면 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자 대대장은 A병사가 대상관범죄를 저질렀다며 중대장을 호출해 징계를 요구했다. 대대장은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해 소속 부대 간부들에게 A가 잘못한 것을 모두 적어오라고 지시했으며, A병사를 불러놓고 진술서에 적힌 내용을 부인할 경우 진술서를 적은 간부들을 처벌하겠다며 겁박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이에 간부들은 ▲소대장과 면담 중 맡은 보직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혐의(간부 협박) ▲당직근무 중 30분 간 생활관에서 취침한 혐의(근무 태만) ▲점호 시간 이후 공중전화를 사용한 혐의(지시불이행) ▲대대장에 대한 경례 미실시 (상관 모욕) 등을 징계 사유로 제시했다.
군인권센터는 “먼지털이식으로 과거의 잘못을 끌어 모아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이유까지 덧붙여 A병사를 징계하려는 대대장의 행태는 사적 감정에 의한 부당 징계 행위”라며 “과거 행동을 모아 죄명을 붙이는 식으로 징계를 부과하는 것은 사감에 기초한 부당 징계”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대대장은 이틀 뒤인 4월 26일 A병사의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해 “대상관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하고자 한다”며 엄포를 놨다. 이에 A병사의 아버지가 선처를 바라자 대대장은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쓸 것을 강요했고, “어길 시 형사처벌 할 것”이라며 협박했다. 아버지가 각서를 쓰지 않자 대대장은 구두로라도 약속하라고 윽박질러 약속을 받아냈다고 센터는 전했다.
이후 대대에 징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A병사의 가족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하면서 징계 절차는 여단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징계 사유 중 경례 미실시, 상관 협박은 삭제됐다. 지난 5월25일 열린 여단 징계위원회에서 A병사는 당직 중 취침, 점호 시간 이후 공중전화 사용 혐의가 인정돼 군기교육대 5일의 처분을 받았다.
대대장이 A병사의 형이 국방헬프콜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인지하고, 소속부대원이 모인 자리에서 “국방헬프콜에 전화해도 소용 없다”고 압박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또 A병사가 징계 항고권을 행사하기 위해 항고이유서를 적어가자 소속부대 행정보급관은 ‘글자 수가 많다’ ‘본인 의견이 아닌 것 같다’ ‘200~300자로 다시 써와라’고 말하며 항고권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법령 규정상 항고이유서의 글자 수에는 제한이 없으며, 징계항고장은 제출 즉시 수리하게 되어 있다”며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피징계자의 방어권 행사 방해에 해당하며, 엄연한 위법행위로 형법 상 직권남용죄”라고 주장했다.
결국 항고장은 군기교육대 입교 2일 전인 6월14일에 접수됐다. 이로 인해 A병사는 항고위원회도 거치지 못한 채 6월16일 오전에 군기교육대에 입대할 처지에 놓였다고 센터는 밝혔다.
센터는 “지휘관이 징계권을 남용·악용해 사실상 ‘원님 재판’이나 다름없는 무법한 상황을 만드는 행태는 심각한 인권 침해”라며 “육군 제21사단에 대대장 및 항고권 방해 연루자의 직권남용에 대한 즉각적 수사와 엄중처벌, A병사의 군기교육대 입교 연기와 항고권 보장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 안으로 불러들여 강요와 협박을 일삼은 대대장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대해서도 엄중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지휘관으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상실한 바 즉각적 보직 해임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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