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선출직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을 놓고 당내에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대표와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최고위원들 사이의 기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7일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에 대해 “민주주의가 확립된 문명국가에서 선출직에 시험을 치게 하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최고위원은 “선출직은 시험제도에 의하지 않고 국민이 선출하도록 만든 제도”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국민주권주의와 관련이 돼 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공부를 하지 못했거나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분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과 애환을 함께하며 정책을 반영하는 역할을 하는 지도자를 많이 봤다. 일방적인 시험제도로 걸러내겠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은 “최고위원들과 충분히 협의해 도입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특정 인물을 배척하기 위한 게 아니라 교육하기 위한 방안이다. 컴퓨터 활용 능력 등 필기와 실기까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보 경쟁력 고양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선 “시험에 통과한 사람이 본선 경쟁력이 반드시 높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준석 체제가 출범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온 파열음을 놓고 당내에선 “벌써 허니문 기간이 끝난 것이냐”는 말이 나왔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이었던 김 최고위원이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이 대표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직 인선 과정을 놓고 다른 최고위원들도 최근 이 대표에게 “최고위와 충분히 협의해 달라”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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