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선명한 메시지 낸 김정은…“대미 긴장 외교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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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18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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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전날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 차 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전날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 차 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짧지만 선명한 대외 메시지를 발표했다. ‘특히 빈틈없는 대결 준비’를 강조하면서도 대화와 대결을 다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8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17일)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 차 회의에서 대외정세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으며 김 총비서는 앞으로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대응과 활동 방향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국제 사회의 변화와 대외적 환경에 대해 개괄·평가하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 동향을 상세히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총비서의 발언은 지금 대미 대결 구도에 나서겠다기보다는 당장 미국과의 ‘대화’는 없이 긴장된 외교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상대의 대응에 따라 가능한 선택지를 언급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긴장감은 해소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진행한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외교와 단호한 억지로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과 유사하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북한은 “‘선대선·강대강’ 원칙을 유지하며 미국의 입장에 비례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중”이라며 “최근 미국이 실용적이고 외교적인 대북 접근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에 대한 명시적 제안을 받은 바가 없다고 판단해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간에 출발선에 대한 시각차, 시간차가 계속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직접적인 대미·대남 비난이나 압박은 없었지만, 전원회의 성격상 대내 문제에 보다 치중하고 있고 대미·대남 비판적 논의는 하고도 보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김 총비서의 발언에는 강경하면서도 절제된 메시지를 대내에 알림으로써 내부를 다지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당과 정부의 대외 정책 입장과 원칙을 제시하며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대응하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데 주력해나가야 한다”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상대의 행동에 부합한 반응을 하고 돌발적인 ‘튀는’ 행동은 삼가겠다는 뜻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미 정책 방향과 관련해 김 총비서는 최대한의 절제된 대미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면서 ‘빈틈없는 대결 준비’ 언급은 “내부적으로 대미 경각심 유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된 대내용 발언이자 전략적인 대미 공개용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김 총비서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마무리나 한미 정상회담 등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대외 문제에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지난달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는 미국의 접촉 제안에도 ‘잘 접수했다’라는 반응만 보인 채 대외적으로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임 교수는 이와 관련 “(김 총비서는) 인민생활 향상에서 가시적이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가 없는 대외 문제에 힘을 분산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대화도 준비한다는 태도를 표명함으로써 북미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설명이다. 당장 대화에 나서겠다는 예측은 섣부르지만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총비서가) 미국과의 대화에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함으로써 북한이 향후 북미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북한이 매우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총비서의 발언과 관련해 군사나 외교 측 보고가 아니라 “김 총비서가 직접 국제정세와 대외적 환경에 대한 평가를 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대외 대남관계는 김 총비서가 직접 챙기고 하달하는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면서 “전원회의가 종료되면 분야별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가운데 김여정 부부장 담화 등 대미·대남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 표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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