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이재명계 집단 행동에… 민주당, ‘경선 일정’ 확정 보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8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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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로 경선 연기론에 대해 결론을 내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약속이 공염불이 됐다. 당 지도부가 18일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요구가 거세자 결국 “더 논의해보겠다”며 물러선 것. 예정대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과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 간의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형국이다.

● 당 지도부 “주말에 논의” 결정 보류

경선 연기론에 대한 최종 결론을 예고했던 송 대표는 이날 한 발 물러섰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경선 연기론에 대한 발언을 준비했지만 ‘추가 논의’ 결정과 함께 “대외적으로 갈등을 노출하지는 말자”는 당 지도부의 권유에 따라 이날 최고위 공개 발언에서는 경선과 관련한 어떠한 발언도 없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각 후보 측 의견을 당 대표 및 지도부가 좀 더 수렴한 다음 의총 개최 여부 및 결론 도출 방법에 대해서 조금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연히 대선기획단 관련 논의도 전혀 진척을 보지 못했다.

약속했던 결정 날짜를 넘긴 당 지도부는 이번 주말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경선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송 대표 직접 각 후보들을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모든 후보가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와 아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날(17일) 오후 송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일(18일)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발언이 전해진 이후부터 ‘이낙연계’와 ‘정세균계’ 의원들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대선 경선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자”며 의원총회소집요구서에 공동서명하는 이른바 ‘연판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권 관계자는 “그동안 경선 연기를 주장했던 의원들이 막판이 되자 결국 집단행동이라는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쪽에서는 양기대 의원이, 정 전 총리 쪽에서는 김교흥 의원이 앞장섰다.

그 결과 채 하루도 되지 않아 66명의 의원들이 서명했다. 민주당 전체 의석수(174석)의 30%가 넘는 숫자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재적 의원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의총을 열도록 되어 있다. 66명의 의원들이 서명한 의총 소집요구서는 18일 최고위원회 직전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전달됐다. 의총 소집 시기에 윤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이재명계 vs 非이재명계 전면전

경선 연기론 문제가 장기전이 되면서 각 대선 주자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전날 ‘이재명계’의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이 나서 “특정계파의 이익만을 위한 경선연기론” “탐욕적 이기심” 등을 언급하며 격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하루 만에 정 전 총리가 직접 나섰다. 정 전 총리는 18일 CBS라디오에서 “정권 재창출을 하기 위해 어떤 고민이 필요하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당 지도부나 의원들은 고민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 캠프 대변인인 조승래 의원도 이날 논평을 내고 “경선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자는 의총 소집 요구가 제기됐는데 (의총) 논의를 거쳐 당무위원회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논의를 막으면 당헌당규 위배이고 ‘탐욕’, ‘이기심’ 같은 막말로 몰아세우면 비민주적 자세”라며 이 지사 측을 겨냥했다. 이낙연계와 정세균계 의원들은 “경선을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반드시 의총은 열어야 한다”는 태도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양측의 극한 대결을 사실상 방관하는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민감한 경선 일정 문제를 무조건 뒤로 미뤄두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 “설령 다음 주에 경선 일정이 결론이 나더라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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