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각종 의혹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윤석열 X파일’과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불붙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가 나서 야권 대선주자 엄호에 나섰지만 야권 내부에선 “윤석열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작 정치’ 프레임을 경계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대신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리더십’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등판을 앞둔 윤 전 총장이 ‘검증의 국면’에 접어든 형국이다.
● “대선주자 지켜야” 엄호 속 제기되는 우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용 없이 거론되는 X파일은 국민들에게 피로감과 정치권에 대한 짜증만 유발할 뿐”이라며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라면 수사기관에 넘기고,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내용이라면 공개하라. 그게 아니라면 정치 공작에 가까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당 외의 대선주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에 나서야 할 때”라며 당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윤석열 파일’을 처음 언급한 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겨냥해 “천하의 사기꾼, 김대업 시즌2가 시작된 것 같다”며 “대선이 여권에 불리하게 돌아가니 느닷없이 음습한 선거 공작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고 썼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공작 정치 개시의 신호탄”이라며 “양심적인 세력이 힘을 합쳐 야권 후보들을 지켜내야 한다”고 옹호했다.
X파일 논란과 캠프 대변인 사퇴라는 악재를 만난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자질과 관련한 우려도 잇따라 나왔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마 선언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모습이 계속 나오면 윤석열 현상도 조금씩 사라져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도 CBS 라디오에서 “이른바 ‘윤석열발 리스크’가 현실화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이제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 자기 목소리로 입장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X파일’ 관련 기자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며 언급 자체를 삼갔다.
● 민주 “尹 대세론 야당서 먼저 무너져”
민주당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연일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여권발 ‘공작 정치’ 프레임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대선 경선기획단 공동단장으로 내정된 강훈식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우리가 무슨 공작을 했다는 식의 호도는 안 된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윤석열 대세론이 야당에서 먼저 무너지고 있다”(강병원 최고위원)며 야권 내부에서의 자중지란이 벌어질 것을 기대하는 발언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올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생태탕 네거티브 전략’은 오히려 패인이 됐다”며 “대선 본선까지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야권의 검증 과정을 먼저 지켜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인기투표하듯 대통령을 선출하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본인과 친인척까지 광범위하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광재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X파일 말고 ‘윤석열의 국가 비전파일’을 보여 달라”고 썼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본인의 가치와 비전을 스스로의 언어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윤 전 총장은) 그러지 못한다”며 “‘간석열’ ‘윤차차’(“차차 알게 될 것”이라는 윤 전 총장 언급을 지칭)로 희화화되고 있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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