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제조기’ 최재형에게 없는 한 가지…“차라리 포토라인에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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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24일 0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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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6.18/뉴스1 © News1
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6.18/뉴스1 © News1
정치권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의혹을 정리했다는 ‘X파일’ 논란이 커지자, 야권 플랫폼을 강조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 원장을 ‘대체재’로 생각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아직은 이 기류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대세다. 최 원장의 대중성, 즉 ‘인지도’를 고려할 때 윤 전 총장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윤 전 총장과 함께 ‘공정’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최 원장이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판사 출신의 최 원장은 고교 시절 내내 몸이 불편한 1년 후배(강명훈 변호사)를 업고 등하교를 시키며 함께 공부한 끝에 둘 모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감동 사연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두 아들을 입양해 키워내고, 부친은 6·25 참전용사이자 예비역 해군 대령이다. 개인 신상에서는 여야를 통틀어 대선 후보군 중에서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최 원장이 대권 도전을 선언한다고 할 때 가장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인지도’다.

실제 최 원장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인 중 한 명이 대학교수인데도 최 원장을 모른다고 한다”며 “그만큼 최 원장의 인지도가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최 원장의 인지도는 윤 전 총장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13년부터 국민적 관심을 받은 검사다.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으로 재직하며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은 지금도 회자되며 ‘스타 검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며 박근혜정권 내내 한직을 돌던 윤 전 총장은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언론의 한가운데 들어온 후 중앙지검장, 검찰총장까지 역임하며 대중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반면 최 원장은 지난해 월성원전 1호기 감사와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 등을 두고 정권과 대립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은 경우다. 그전까지는 30여년간 묵묵히 판사로 일한 게 전부다. 일반적으로 판사는 검사와 달리 대중의 시선을 끌기 쉽지 않다. 스타 검사는 있어도 스타 판사가 없는 이유다.

그러나 대권을 잡으려면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최 원장을 윤 전 총장의 대체재로 보지 않는 시선의 근거도 여기에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여야 모두로부터 받은 공격과 그 과정에서 보여준 강인함은 국민들 뇌리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라며 “지금 심사숙고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 원장 스타일상 속 시원한 답변, 카리스마 있는 말재주 등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인지도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인지도는 본인이 만들기도 하나 만들어지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직접 인지도를 구축한 경우다.

최 원장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두고 야권에서 의견이 조금씩 개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의힘 입당이다. 입당과 동시에 여권발 공세가 거세지겠지만, 이것이 오히려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작용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당 관계자는 “대권 도전을 선언하지도 않았는데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청와대까지 나서서 최 원장을 비판하지 않느냐”며 “감사원장 사퇴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여권으로부터 엄청난 비판에 시달릴 텐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하기에 이것이 오히려 인지도를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극단적인 방법도 제시된다. 최 원장이 먼저 검찰 조사에 응하는 모습이다. 최 원장은 월성원전1호기 폐쇄 감사 과정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대권 도전에 나서면서 짐을 덜어낸다는 차원에서 최 원장이 먼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나선다면 부족한 인지도 극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정치는 상품성이 중요한데 본질이 훌륭해도 이를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팔리고 안 팔리는 것”이라며 “최 원장이 결심이 섰다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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