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신 최재형 감사원장에게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변인 사퇴 등 캠프 내 혼란과 ‘X파일’로 악재를 맞은 윤 전 총장이 주춤하는 사이 최 원장이 대권주자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최 원장의 최측근은 2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최 원장이 이르면 오는 28일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퇴 이후에는 가족을 설득하고 대권 도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고도 전했다.
그동안 윤 전 총장과 함께 야권의 대권주자로 분류되던 최 원장의 ‘행동 개시’가 가시권에 들면서 그동안 윤 전 총장에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는 최 원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최 원장이 윤 전 총장과 비교했을 때 장점이 많고 단점은 적다는 분석 때문이다.
일단 최 원장에게는 ‘X파일’이 없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신임을 받으며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자리에 임명된 이후에 정부·여권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은 같지만, 최 원장에게는 X파일로 대표되는 네거티브의 빌미가 적다는 점이 국민의힘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X파일과 관련해 캠프 내외부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안겼다. 당초에는 “여야 협공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 내 갈 길만 가겠다”며 ‘무대응’ 원칙을 천명했지만, 야권 인사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X파일의 내용이 가볍지 않다고 밝히며 파원이 커지자 입장을 바꿔 “정치공작·불법사찰”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과도 X파일 여파로 관계가 애매해졌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아직 당내 인사가 아닌 윤 전 총장을 적극 옹호할 수도,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 지도부는 X파일이 정치공세라는 시각에 동의하면서도 내용은 보지 못했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거리를 뒀다.
당에서는 X파일 내용의 진위 여부보다 네거티브 공세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최 원장에게는 이 같은 위험이 적다. 두 아들을 입양한 이야기를 비롯해 선행과 미담이 수두륵하다. ‘정부와 맞선 소신과 원칙의 감사원장’이라는 이미지는 가족과 본인 관련 의혹으로 숱한 공격이 예상되는 윤 전 총장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밖에 국민의힘 일각과의 구원(舊怨)이 없다는 점도 최 원장의 비교장점이다. 윤 전 총장에게는 문재인 정부 초기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에 앞장섰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뗄 수 없다는 과거가 있다. 결국 최 원장은 윤 전 총장보다 결점이 적은 대체재인 셈이다.
여기에 최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을 한다면 분위기는 더욱 급속히 최 원장을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며 입당 여부를 장고(長考) 중인데, 최 원장이 입당 선수를 치는 시나리오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머뭇거리며 피로감을 준 게 사실”이라며 “입당을 먼저 결단만 한다면 지지세가 뚜렷해질 것이다. 최 원장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으로서는 조기 입당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최 원장이 윤 전 총장보다 보수에 더 먹힌다. 아버지가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이라 보수의 90%를 먹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부친이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인 점을 언급한 것이다.
신 교수는 “‘미스터 클린’ 이미지는 중도에게 먹힌다. 친이·친박에게서 호불호도 없고, 문재인 정권에 대항한 이미지로 반문(反文)까지 흡수한다”며 최 원장의 확장력을 높게 봤다.
한편 야권에서는 최 원장을 두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를 떠올리는 시각에 일종의 ‘프레임 씌우기’라며 경계하는 모습도 보인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최 원장을 대선에서 두 번이나 미끄러진 이 전 총재와 비교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프레임”이라며 “최 원장을 ‘이회창의 아류’ 정도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원칙주의자라는 점 말고는 비슷한 부분이 전혀 없다. 이 전 총재가 차가운 원칙주의자라면 최 원장은 따뜻한 원칙주의자”라며 “최 원장이 만일 국민의힘 입당과 대선 출마를 결심한다면 그를 도울 사람은 지천이다. 살아온 인생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자체이기 때문에 당 의원들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댓글 0